환갑의 나이에도 3옥타브쯤은 거뜬하게 올라가는 그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로 1980년대를 풍미한 가수 권인하(60)에게 ‘인기 유튜버’라는 새 수식어가 붙었다. 조회수 몇만은 기본이요, 300만을 넘긴 영상도 있다. 웬만한 젊은 유튜버들도 넘기 힘들다는 10만 구독자를 훌쩍 넘겼다.

호랑이가 울부짖듯 시원하게 소리를 뽑는 ‘천둥호랑이 창법’으로 잘 알려진 그는 최신곡들을 하나씩 커버해 올리고 있다. ‘넘쳐흘러’(M.C The Max) ‘지나오다’(닐로) 등이다. 그가 원 테이크로 부른 곡들은 별다른 음향장비가 없음에도 마치 자신이 원곡자인 양 짙은 80년대 감성으로 탈바꿈해 호평이 자자하다.

재기 발랄한 댓글에서 그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가령 ‘180도’(벤)를 부른 영상엔 “이건 180도가 아니라 섭씨 180도”라는 댓글이 달린다. 그가 ‘가을안부’(먼데이키즈)를 부르면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묻는 안부”라는 코멘트가 이어진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인하는 “기발한 댓글에 놀랄 때가 많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제 창법과 감정이 젊은 친구들에게 새롭게 느껴지는 모양이에요. 천둥호랑이도 참 고마운 별명이에요. 호랑이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거기에 천둥까지 붙여줬으니까요. 그래도 ‘눈물이 나왔다’는 댓글이 가장 감사해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말이니까요.”

유튜브를 시작한 건 2015년 ‘스페이스 공감’(EBS)에서 ‘만약에’(태연)를 부른 영상이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면서다. 아들의 권유로 커버 영상을 올리게 된 게 지금에 이르렀다고. 연습도 철저하게 한다.

“일주일에 4번 정도, 하루에 2~4시간은 꾸준히 연습하는 것 같아요. 체력관리를 위해 헬스도 틈틈이 가고 있고요.”

전설적 보컬리스트로 불렸던 그였기에 2014년 정규 6집을 발표하기까지 가졌던 14년의 공백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노래 대신 사업을 했었어요. 근데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노래에 대한 열망이 커지더라고요. 예전엔 실력에 비해 큰 빛을 보지 못한다는 서운함이 있었고, ‘내 노래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있었어요. 50대가 되면서 생각을 바꿨죠. 유튜브로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여태 포기하지 않았던 보상을 받는다고 느껴요. 나이 육십에 꽃이 피네요.”

젊은이들이 길에서 인사를 건넬 때면 신기함을 느끼는 요즘이라고. 새 유튜브 콘텐츠와 콘서트를 함께 준비 중인 그는 2016년 20년 만에 가졌던 콘서트의 제목 ‘포효’처럼 계속 세상을 향해 노래할 계획이다.

“천둥호랑이라는 별명을 듣고 지었던 제목이 ‘포효’예요. 이번 콘서트는 ‘포효2’죠(웃음). 3월 말에 홍대 쪽에서 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유튜브에선 구독자들이 자작곡을 보내주면, 제가 부르고 협업해서 음원을 출시하는 작업을 해보려고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