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방패인 줄로만 알았는데 잘 벼린 창이기도 했다. ‘벤투호’ 중앙 수비수 김민재(23·전북 현대)가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골 넣는 수비수’로 거듭나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수비의 중심이면서 대표팀 득점(4골)의 절반을 책임진 공격의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킥 능력이 좋은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의 가세로 세트피스에서의 파괴력 역시 한층 배가될 전망이다.
김민재는 17일(한국시간) 새벽 끝난 아시안컵 C조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쐐기 골을 터뜨렸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6분 손흥민이 상대 왼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달려들면서 강력한 헤더로 연결해 골네트를 갈랐다. 지난 12일 1대 0으로 승리했던 키르기스스탄전 골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이었다. 당시에도 홍철(29·수원 삼성)이 상대 오른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중간에서 달려들며 머리로 끊어 골을 만들었다.
골의 영양가도 높았다. 키르기스스탄전 골은 3번이나 골대를 맞추는 ‘골대 불운’이 겹치며 다소 답답했던 흐름 속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귀중한 결승골이었다. 이 골로 2연승을 달성한 대표팀은 중국전에 관계없이 토너먼트 진출을 조기 확정할 수 있었다. 중국전 골은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골이었다. 전반 황의조(27·감바 오사카)의 골로 리드를 이어가긴 했지만 자칫 쫓길 수 있는 상황에서 후반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을 넣어 주도권을 확실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2017년 전북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민재는 전북이 K리그1(1부리그) 2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2017~2018년 K리그1 베스트 11에도 연속으로 선정됐다. 최강희 전 전북 감독으로부터 “한국에서 보기 드문 유형의 중앙 수비수”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소속팀에서의 승승장구와 달리 A대표팀에선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프로 데뷔 첫해 A대표팀에 발탁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포함해 평가전을 치렀으나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K리그1에선 2017년 2골, 2018년 1골을 기록했으나 이번 대회 전 나선 11경기의 A매치에서는 골이 없었다. 지난해 주전 수비수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골 맛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황의조와 2골씩을 기록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던 이정수(39·샬럿 인디펜던스), 곽태휘(38·경남 FC)에 이어 골 넣는 수비수 계보를 이을 존재로 떠올랐다. 김민재는 중국과의 경기 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솔직히 나도 놀랐다”며 “대회를 앞두고 형들에게 ‘3골만 넣을게요’라고 장난으로 말했는데 또 넣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면 바로 탈락인 토너먼트에서 김민재는 일단 중앙 수비수로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 임무다. 토너먼트의 경우 우승 후보를 비롯한 강호를 맞닥뜨려야 하는 만큼 수비 조직력을 촘촘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동시에 조별리그에서 190㎝의 큰 키를 활용한 공격 능력이 입증돼 주요 공격 옵션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킥 능력이 좋은 손흥민이 선발진으로 합류한 만큼 세트플레이 시 보다 다양한 위치에서 약속된 플레이로 득점할 기회도 더욱 자주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