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재현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호주 오픈 4강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던 정현(23·세계랭킹 25위)은 올 시즌 64강에서 무릎이 꺾였다.
정현은 17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호주 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피에르위그 에르베르(28·55위)에 1대 3으로 지며 탈락했다. 복식 시합 경험이 풍부한 에르베르는 적극적인 네트 플레이로 정현을 무너뜨렸다. 외신들은 “지난해 자이언트 킬러 정현이 넘어졌다”고 패배 소식을 전했다.
지난 1회전 세트 스코어 2-0에서 3-2로 간신히 역전했던 정현은 이날도 1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에르베르는 주특기인 네트 플레이를 바탕으로 정현을 매섭게 몰아붙이며 6-2로 점수를 가져왔다.
정현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2세트 시작하자마자 내린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경기가 중단된 이후 흐름을 가져왔다. 듀스까지 가는 접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점수를 냈다. 정현은 2세트에서 6-1로 압도적으로 이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극적인 뒤집기는 두 번 일어나지 않았다. 에르베르는 3세트부터 다시 제 리듬을 찾았다. 네트 앞에서의 적극적인 발리 샷으로 경기를 주도했고, 서브 에이스는 13개나 성공시키며 정현(2개)을 압도했다. 정현은 실책을 연발하며 3, 4세트에서 2-6, 4-6으로 내리 졌다.
정현은 올 시즌 번번이 첫 세트를 내주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앞선 두 대회에서는 게임 스코어 5-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하기도 했다. 경기 초반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