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이 아시안컵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아시안컵 16강에서 요르단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베트남에 아시안컵 토너먼트 첫 라운드 통과라는 선물을 안겼다.
베트남은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16강에서 120분 연장 혈투에도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 들어간 베트남은 4대 2로 힙겹게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D조 3위로 16강 막차를 탄 베트남은 B조 1위 요르단을 맞아 경기 초반부터 고전했다. 요르단의 잇따른 공세에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결국 전반 39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허용한 프리킥으로 선취골을 내줬다. 요르단의 바하 압델라만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로 찬 프리킥이 베트남 골네트를 갈랐다. 반격에 나선 베트남은 후반 6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트룽호앙이 올린 크로스를 꽁프엉이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후 베트남이 스피드를 활용해 요르단의 뒷공간을 노렸으나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전·후반 9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에 들어갔으나 골은 터지지 않았다.
아시안컵 16강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연장에 들어간 두 팀의 승부는 승부차기에서 결정됐다. 베트남과 요르단의 1번 키커 퀘 응옥 하이, 바하 압델라만은 순서대로 골을 성공시켰다. 베트남의 2번 키커 도훙중도 골을 성공시켰으나 요르단의 2번 키커 바하 세이프가 때린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았다. 3번 키커끼리 승부에서도 베트남은 쯔엉이 성공시킨 반면 요르단은 아흐메드 살레가 실패했다. 단 한 골만 더 넣으면 베트남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베트남의 4번 키커인 트란 민 부옹이 상대 골키퍼에 잡히는 힘없는 슈팅을 날렸다. 요르단 4번 키커가 성공시켜 베트남이 3-2로 쫓겼으나 베트남은 마지막 키커 부이 티엔 둥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한 것은 2007년 이후 두 번째이지만 의미는 다르다. 당시 베트남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과 함께 대회를 유치해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자국에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UAE를 2대 0으로 꺾는 등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출전국이 16개국밖에 없던 상황에서 조별리그 통과가 8강을 의미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참가국이 24개국으로 늘어 토너먼트 한 경기를 승리해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12월 ‘동남아 월드컵’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한 기세를 몰아 이번 대회에 참가했으나 아시아 본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D조 조별리그 첫 상대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2대 3으로 패한 데 이어 이란에도 0대 2로 패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예멘에 2대 0으로 승리하며 토너먼트 진출 불씨를 살렸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결과까지 지켜봐야 했다. 레바논과 승점, 골득실, 다득점이 같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 간발의 차이로 토너먼트 16번째 티켓을 확보했다.
베트남이 토너먼트 첫 상대 요르단을 꺾으면서 8강에선 일본-사우디아라비아 승자와 24일 오후 10시 경기를 치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