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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가 뭐야?… 박항서號, 日과 겁 없는 한판

베트남 축구 응원단이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자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엄지를 치켜세운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뉴시스


21일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일본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아래)가 헤더 결승골을 넣은 뒤 축하받고 있는 장면. AP뉴시스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히 열세다. 하지만 어느 강팀을 만나도 쉽게 지지는 않는다.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박항서호’는 후회 없는 경기를 위해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붓는다. 8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어떤 극적 드라마나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일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일(한국시간) 아시안컵 16강전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났다. 조별예선 D조 3위의 베트남이 B조 1위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꺾고 8강에 오른 것이다. 베트남은 이란 이라크 예멘과 함께 편성된 ‘죽음의 D조’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1승 2패로 조 3위에 그치고도 16강행 막차를 탔다. 조별예선에서 경고 5장을 받은 베트남은 E조 3위 레바논(7장)과 승점·골득실·다득점이 같았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섰다.

이에 베트남이 8강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베트남은 요르단에게 전반 선제골을 내주고도 승리를 쟁취했다. 후반전에는 체력과 정신력으로 한 수 위의 요르단을 강하게 밀어붙여 동점골을 일궈냈고, 연장전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버텨냈다. 승부차기에선 요르단 선수들보다 침착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정확히 노렸다.

이번 대회 조별예선에서 강팀인 이라크와 이란에 2연패했을 때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일부 베트남 언론은 박 감독의 선수교체 타이밍과 소극적인 경기운영, 수비 전술 등을 지적했다. 지난해 이룬 성과가 연령대별 대회나 동남아시아 국가 상대 경기 등 다소 쉬운 팀들 대상이어서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섣부른 억측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우리는 언제나 도전자의 입장”이라며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수비 축구’라는 일부 지적에 “현실적으로 베트남이 잘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 철저히 실리 축구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말대로 베트남은 전력상 약체임에도 점유율과 패스성공률 등에서 우위를 보이며 우승후보 호주를 누르고 올라온 요르단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상대에 경기 중 코너킥을 단 1개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위험지역에서의 협력 수비가 일품이었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엔 모두가 어렵다던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오는 24일 8강에서 또 한 번 강팀인 일본을 상대해야만 한다. 그러나 박 감독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는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전쟁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것은 변명이다. 선수들에게 경기장에서 끝까지 싸워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박항서 매직’에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던 투혼과 열정이 있기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2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16강전에서 1대 0으로 승리, 8강에 올랐다. 일본의 도미야스 다케히로가 전반 20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 결승골을 넣었다. 일본은 아시안컵 최다 우승팀(4회)이다. 그러나 23세 이하 대표팀이 나선 지난해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는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 0대 1로 진 아픈 기억이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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