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로 모든 야구 선수의 최정점에 섰다는 것은 내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하나님께 감사하다.”

파나마에서 온 말라깽이 유망주는 평범했다. 미국 스카우터의 눈에도 선뜻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마구인 컷패스트볼(커터)을 익힌 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미국프로야구(MLB)를 평정했다. 당분간 깨지기 힘든 MLB 최다 세이브(652개) 기록을 세우고 그는 떠났다. 그리고 6년 뒤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사상 처음 투표율 100%로 입회했다. 주인공은 마리아노 리베라(50)다.

MLB 공식 사이트 MLB닷컴은 23일(한국시간) “리베라가 투표자 425명 모두의 표를 받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역대 첫 선수가 됐다”고 보도했다. 기존 명예의 전당 최고 득표율은 2016년 켄 그리피 주니어가 기록한 99.3%였다.

리베라는 실력이나 인품이나 역대 최고로 손색이 없는 메이저리거다. 뉴욕 양키스에서 1995년 데뷔한 뒤 2013년까지 ‘원팀맨’으로 뛰며 정규시즌 통산 1115경기에 등판해 652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96경기에 등판해 42세이브 평균자책점 0.70으로 더욱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양키스는 리베라를 데리고 있던 19시즌 동안 총 7번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양키스는 그중 3년 연속 우승(1998년~2000년)을 포함 5번의 우승을 거두며 왕조를 구축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리베라는 나오는 순간 야구장 안에 있는 모두가 경기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던 투수”라며 “역대 최고의 강심장을 가졌던 선수 중 하나”라고 평했다.

리베라를 무적으로 만든 무기는 커터다. 리베라는 1996년 팀 동료와 캐치볼을 하다 우연찮게 커터를 개발했고 이를 자신의 주무기로 삼았다. 그리고 그의 시대가 열렸다. 리베라는 커터를 장착한 것에 대해 “하나님께서 내게 선물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타자 바로 앞에서 꺾이는 커터는 수많은 타자의 배트를 부러뜨렸다. 송 위원은 “리베라의 커터는 타자가 배트를 휘두를 때와 배트에 맞는 순간의 위치가 완전히 달라 대부분 빗맞게 된다”며 “이전에도 커터를 던진 투수는 있었지만 커터의 무서움을 MLB 전체에 알린 선수는 리베라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신은 리베라에게 마구 외에 자선과 선행이라는 달란트도 안겼다. 카톨릭 신자로 태어난 리베라는 결혼 뒤 기독교로 개종했다. 글러브에 ‘내게 능력을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립보서 4장 13절)’라는 문구를 새기고 경기에 나섰다. “은퇴 뒤 세계 곳곳에 교회를 세울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그는 실제 이를 실천하고 있다. 매년 50만 달러씩 자신이 세운 재단에 투자해 학교와 교회를 짓는 자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고국 파나마를 포함, 세계 각지의 불우 아이들도 돕고 있다.

리베라도 역대 첫 만장일치 득표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리베라는 명예의 전당 입회 소식을 들은 뒤 “(재키 로빈슨의)42번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마지막 선수가 되는 것, 만장일치로 들어가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고 감격해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