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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벤투 캐슬’, 다양한 전술·빠른 템포 절실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져 탈락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 뉴시스


반년의 밀월은 끝났고, 냉혹한 현실이 앞에 놓였다. 59년 만의 우승을 꿈꾸던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에서 맥없이 탈락했다. 벤투 감독이 평소 강조하는 빌드업(패스를 통해 후방부터 진행하는 공격 전개)을 더욱 세밀히 가다듬고 상대에 따른 다양한 전술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선수구성 면에서는 전술의 핵인 기성용(30) 대체자 구하기가 급선무다.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열린 아시안컵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0대 1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벤투 감독의 부임 일성이었던 ‘공격과 지배의 축구’는 아직 미완성이었다. 빌드업은 효율적이지 않았고, 마무리는 날카롭지 못했다. 플랜 B가 없는 단조로운 전술도 한계로 드러났다.

반쪽짜리 빌드업은 대회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였다. 겉보기에는 최후방부터 차근차근 공격 전개가 이뤄졌지만, 과정이 세밀하지 못하다 보니 골을 넣지 못했다. 5경기 평균 점유율이 70%에 달했음에도 득점은 6골에 불과한 이유다. 패스성공률은 높게 나왔지만 수비진을 뚫지 못한 채 뒤에서 공만 돌리기 일쑤였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27일 “횡패스와 백패스가 지나치게 많아 빌드업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대표팀의 플레이 스타일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빌드업을 중시하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점유율 높여 경기를 지배하는 전술은 세계 축구의 흐름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전 패배 후 “지금의 경기 스타일을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벤투식 ‘지배 축구’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상대 진영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빈 공간을 향한 전진 패스와 과감한 1대 1 돌파가 필요하다. 느린 움직임으로는 이미 자리잡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없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평범한 빌드업으로는 승리를 가져오기 힘들다”며 “상대의 위험 지역에서도 빠른 템포로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술적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앞으로 치를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는 아시안컵과 같이 전력이 떨어지는 약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들이 들고나올 밀집 수비를 세밀한 빌드업만으로 무너뜨리기는 어렵다. 김 해설위원은 “아시아 예선에서는 장신 공격수를 활용한 롱볼 축구도 필요한 카드”라며 “감독의 스타일과 다를지라도 전술 옵션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벤투호 전술의 핵이자 ‘중원 사령관’인 기성용의 공백도 고민거리다. 기성용은 십여년 간 대표팀에서 준수한 패스를 흩뿌리며 경기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기성용은 그동안 인터뷰나 SNS에서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대회 그를 대신한 황인범은 아직 부족한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강인, 권창훈 등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탁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안컵 결과만으로 벤투 감독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공격·지배의 축구가 대표팀에 온전히 이식되기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카타르전 패배 전까지 벤투 감독은 11경기 동안 무패 행진(7승 4무)을 이어왔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선수들도 감독의 축구 철학을 옹호하고 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 구자철은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이 대표팀과 잘 맞는다고 확신한다"며 현 체제에 힘을 실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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