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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어른들 마음, 동심이 씻어 줍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아무도 모르는 기적’(문학과지성사)과 동시집 ‘하늘 고치는 할아버지’(열림원)가 나란히 나왔다. ‘아무도 모르는 기적’은 대하소설 ‘객주’로 유명한 소설가 김주영이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설화를 근간으로 쓴 신작이다. 권선징악이라는 옛이야기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1950년대 산골짜기에 사는 여덟 살 소년 찬호가 주인공이다. 아버지는 장터에서 준호에게 새 고무신을 사주지만 준호는 어머니의 해진 고무신이 영 마음에 걸린다. 준호는 자기 새 신발과 어머니에게 맞는 신발을 바꿔치기한다. 그런데 급한 나머지 자기 고무신을 대신 놓고 오려던 걸 까먹는다. 준호는 장에서 아버지마저 놓치고 헤매다 트럭을 얻어 탄다.

그런데 이 트럭 앞에 큰 호랑이가 나타난다. 트럭에 타고 있던 정치인, 생선 장수, 발치사, 약장수 등이 호랑이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 입씨름을 한다. 결국 어른들은 어린 소년을 신발 도둑으로 몰아 호랑이 앞에 내동댕이친다. 동화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풍자한다.

‘하늘 고치는 할아버지’는 아동문학가 박두순이 동시 69편을 골라 해설한 책이다. 박두순은 서문에서 “동시는 영혼을 닦아 줄 부드러운 천”이라며 “어른들의 얼룩진 마음을 닦아 줄 동시가 실려 있다”고 소개한다. 동시 한 편을 읽어보자. ‘봄을 빨리 맞으라고/ 2월은/ 숫자 몇 개를 슬쩍 뺐다.// 봄꽃이/ 더 많이 피라고/ 3월은/ 숫자를 꽉 채웠다.’(신복순의 시 ‘이월과 삼월’ 전문)

작가는 “왜 2월은 짧고 3월은 긴지 궁금했는데 어린이 마음을 대입하니 궁금증이 풀렸다”며 “앙증맞은 동시”라고 평한다. 마음, 자연, 하늘 3개 주제로 나눠진 시들이다. 아이들 마음을 닮은 밝고 고운 동시들이다. 시에 덧붙인 해설을 읽다 보면 정말 마음의 얼룩이 지워지고 거친 마음이 다듬어지는 듯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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