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 일부 선수들이 호주 전지훈련 도중 현지 카지노를 출입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최근 체육계가 성폭행 파문 등으로 강력한 자정운동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 선수가 도박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12일 각종 인터넷 야구 게시판에는 호주 현지 야구팬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올린 사진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투수 차우찬이 카지노에서 칩을 올려 놓은채 웃음을 짓고 있다. 같은 팀 오지환과 임찬규가 옆에 서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카카오톡에는 ‘차우찬 방금 3만불 찍었다 날림’이라고 쓰여 있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심수창을 포함해) 총 4명이 휴식일이던 11일 쇼핑몰에 갔다가 카지노에 들른 것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일각에서 거액을 날렸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가장 많은 돈을 쓴 선수가 500호주달러(약 40만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지노 출입 자체가 야규규약에 위반되는 행위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3항에는 ‘기타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음주운전, 도박, 도핑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실격처분, 직무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제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이라고 명시돼 있다. 야구선수 계약서 제17조 ‘모범행위’ 1항에도 ‘모든 도박, 승부조작 등과 관련하여 직·간접적으로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 돼 있다.
법률 위반 가능성도 높다.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 1항에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지역 한 변호사는 “고스톱도 몇십만원이면 일시오락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선 카지노 출입 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일부 선수들의 잇단 도박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홍역을 치렀는데도 또다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카지노를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2008년에는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채태인 등 3명이 인터넷 도박에 연루돼 검찰에 약식기소됐다. 특히 2015년에는 임창용과 오승환 안지만 윤성환 등 삼성 전·현직 선수들의 마카오 원정 도박 사건이 터졌다. 2017년 3월에는 진야곱(두산 베어스), 지난해 초에는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안승민과 김병승이 도박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다.
이에 따라 차우찬에 대해선 삼성시절 마카오 원정 도박 사건으로 팀이 풍비박산 나는 것을 생생히 지켜봤음에도 거리낌 없이 카지노를 출입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당시 병역비리 논란을 일으킨 오지환도 또 문제를 일으켰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LG 관계자는 “일단 해당 선수들에게 엄중경고를 한 상태”라며 “더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징계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KBO는 LG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검토한 뒤 해당 선수 제재를 위한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KBO관계자는 “최근 스포츠계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행동이 공개되는 선수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고 카지노에 들어갔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 선수들에 대한 교육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