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그래”라며 화내고 싶다가도, 금세 애잔함에 코끝이 찡해온다. 막막하고 먹먹한 가족의 모습이다. ‘막장극의 대가’ 문영남 작가의 신작 ‘왜그래 풍상씨’(KBS2)다.
문 작가는 이번에도 자신의 전매특허인 가족 얘기를 풀어낸다. 바람 잘 날 없는 다섯 남매 이야기다. 맏형 이풍상(유준상)이 사건 사고 종합선물세트 같은 동생들인 진상(오지호) 정상(전혜빈) 화상(이시영) 외상(이창엽)이 벌려놓은 온갖 문제들을 계속 수습하는 과정을 담았다.
극은 초반 ‘막장극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통쾌한 권선징악 스토리를 특유의 ‘막장’ 필력으로 풀어내는 김순옥 작가의 ‘황후의 품격’(SBS)과 동시간대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케이블과 종편에 맞서 시청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중파 방송사들의 편성 전략인 셈인데, 이게 성공한 듯 ‘황후의 품격’은 14~16%(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줄곧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왜그래 풍상씨’가 10% 고지를 넘으면서다. 지난달 31일 9.5%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극은 지난 7일 방송에서 12.7%까지 올라왔다.
연휴 기간에 드라마 주 타깃층인 중·장년에게 확실히 어필한 모양새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과장된 캐릭터 설정,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특이한 이름, 에피소드의 열거 등 문 작가의 마당극적 기법이 이번에도 여실히 묻어난다. 가족 구조가 많이 달라졌지만, 핏줄 의식이 여전히 강한 중·장년층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가족극이 아닌 ‘막장 가족 활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극은 쉴 새 없이 터지는 사건 사고를 자극적으로 그려내 눈을 사로잡는다. 하이라이트만 모은 예고편을 60분으로 늘린 듯한 느낌이다.
남매들 이름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다. 도박 절도 불륜 사기 등 다채로운 진상 짓이 시퀀스를 메운다. 제일 이상한 건 맏형 풍상이다. 이름처럼 세상사 고난을 다 겪으면서도 동생들을 아끼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다. 시청자는 짠한 감동을 받기도 하고, 답답함에 가슴을 치기도 한다.
자세한 설명은 과감히 건너뛴 쾌속 전개가 이 답답함을 무마해준다. 콩트처럼 간단한 얼개라 중간부터 봐도 스토리를 따라잡는 데 무리가 없다. TV를 틀어놓고 짬짬이 보는 주말극의 특성이 옮겨온 것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문 작가의 필드였던 주말극을 미니시리즈로 압축해 놓은 인상이다. 그만큼 스토리가 더 과장되게 변했지만, 핵심만 뽑아 재미 측면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메시지는 담백하다.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를 묻겠다는 게 기획의도이지만, 결국 ‘가족은 힘’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달리고 있다. 윤 평론가는 “작법이나 이야기 구성, 시의성 부분에서 올드하다는 느낌은 있다. 가족의 의미를 풍자적으로 묻는 건데, 현실적인 공감대를 이뤄나가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