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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시대 유대인의 시선을 통해 읽는 성경

한 정통파 유대인이 모세오경(토라)을 읽고 있다. 랍비를 포함한 정통파 유대인들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토라를 읽고 기도문을 암송하는 데 힘을 쏟는다. 픽사베이




유대인의 토라. 국민일보DB


최근 새로 출간되는 기독교 서적의 주요 경향 중 하나는 성경이 쓰인 시대와 당대 문화적 배경 연구서들이 잇따른다는 점이다. 고대 근동 문화와 역사 연구, 1세기 유대인 상황과 유대교 유산, 중동 문화 등 풍성한 자료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참고서들은 성경의 1차 독자들을 향한 원래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밝혀주는 도구들이다.

‘랍비 예수’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에서 저자는 유대교 랍비 전통과 유대교 문서, 구약성경과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예수님과 그의 제자도를 정밀하게 담아낸다.

저자 로이스 티어베르그는 전문 성서학자가 아니라 독학으로 1세기 문화와 성경 배경, 언어를 공부한 노르웨이 출신 생물학자다. 그는 유대인 랍비 예수를 연구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건너가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직접 배웠고 유대인 랍비 문화와 역사를 탐구했다. 책은 티어베르그의 이런 연구물을 작가인 앤 스팽글러가 정리해 여느 성서학자의 글과 달리 신선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만들어냈다.

1세기 유대는 성경지식으로 가득한 사회였다. 평범한 사람도 회당에 모여 토라(모세오경)를 공부했다. 유대인들은 성경을 공동체 속에서 함께 읽었다. 예수님 역시 어릴 적부터 토라와 히브리어 성경 상당 부분을 읽고 암송하는 법을 배웠다. 열 살이 넘으면 구전 토라를 배웠고 집이나 회당에서는 가족들의 기도문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시 유대인 소년들은 13세가 되면 정규 교육을 마치고 전문교육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이 공생애 시작 전부터 회당에서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유대적 현실에서 예수님에 대해 두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수님은 당대 기준으로 상당한 학식을 갖춘 분이었으며, 토라를 지키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만일 토라 준행자가 아니었다면 회당에서 강론은커녕 참석조차 금지됐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님은 당대 랍비로 이미 살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랍비들은 부유층이나 제사장 계급이 아니라 대장장이 재단사 농부 나무꾼 목수 등 일반인이 대부분이었다. 랍비들은 생업이 한가로운 철에 몇 개월씩 여행하며 무보수로 가르쳤다. 랍비들은 수년간 제자들을 받아들였고 어딜 가든 제자들과 동행했다. 이들의 교실은 포도원 시장 길가 들판이었고 성경 지식이 아니라 삶을 가르쳤다. 예수님 역시 다른 랍비들처럼 걸어 다니시고 비유로 가르치시고 논쟁을 벌이고 성경을 해석하고 제자를 양육했다. 저자는 “랍비의 전통 양식을 확인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랍비의 가장 큰 목표는 자신의 가르침을 계승할 제자 양성이었다.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인품과 삶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는 ‘틸미딤’ 즉 제자를 훈련하는 옛 랍비의 방식이기도 했다. 예수님도 자신을 닮은 제자 양육을 목표로 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고 명령하셨고 그 소명은 지금도 유효하다.

책은 예수님 시대 랍비의 문화와 특징은 무엇인지와 랍비들이 어떻게 제자를 키웠는지를 예수님의 가르침과 대조하면서 설명한다.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하라는 의미, 예수님 자신을 ‘인자(son of man)’로 지칭한 이유, 주기도문, 유월절 재발견, 랍비의 옷자락 등의 설명은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성경 이해의 관점을 충분히 새롭게 한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저자가 성경 당시 유대교 전통과 풍습, 문화적 분위기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결론으로 맺는다는 점이다. 자칫 유대교에 빠져서 신약과 예수는 온데간데없이 구약과 유대교만 남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를 피한다. 저자는 책에서 ‘주의 사항’을 언급하며 이를 경계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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