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건강관리(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에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적극적이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헬스케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벳은 자회사인 베릴리를 통해 생명과학·의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업체 딥마인드를 매입한 후 이 기술을 활용한 질병 치료 방법도 찾고 있다. 알파벳은 또 오스카, 크로버, 콜렉티브 허스 등 건강보험 업체들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온라인 약품 처방 서비스 업체 필팩을 인수하며 의료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자사의 AI 비서 알렉사가 감기 증상을 점검할 수 있는 기능을 특허로 출원했으며 전자의료기록(EMR)을 이용해 의사의 오진을 줄일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애플도 헬스케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애플은 2016년 건강보험회사 애트나와 손잡고 웨어러블 기기 애플워치를 통해 맞춤형 운동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가 기존 보험사와 합작해 인터넷 보험사인 중안보험을 설립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중안보험 조인트벤처에 투자했다.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디지털 분야에서만 2020년 2000억 달러(약 225조원)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17일 “IT 기업의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술력이 데이터 보안·관리가 중요한 헬스케어 분야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업계가 인슈어테크에 관심을 보이며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보험 사업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은 한화손해보험,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신규 손해보험사 설립에 나선다. 이는 국내 최초의 인슈어테크 손해보험사가 될 전망이다. 고객의 주행거리와 운전습관을 분석해 실제로 차량을 운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상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전운전을 하는 고객에게는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KT는 KB손해보험, 엔에스스마트와 힘을 합쳐 실손의료보험 다이렉트 청구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KB손해보험과 의료기관 간 실손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뒤 진료비 영수증 등 청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암호화해 전송하는 다이렉트 청구 서비스를 오는 3월 선보일 계획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