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나처럼 일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오케스트라는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오케스트라다. 철저한 준비가 음악가들을 무대에서 자유롭게 한다.” 이 정도로 자기의 열심을 공언하는 지휘자라면 그 연주를 한 번쯤 들어보고 싶지 않은가. 이 말을 한 사람은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 얍 판 츠베덴(59)이다.
츠베덴이 21일과 22일 각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여의도 KBS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인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전주곡’과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들려준다. KBS교향악단과 처음 만나는 그는 18일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KBS교향악단만의 소울, 그리고 DNA가 기대된다”고 설렘을 표현했다.
19세에 네덜란드 로얄 콘서트헤보우의 악장으로 오케스트라 생활을 시작한 츠베덴은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교향악단과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홍콩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그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는 지휘자 중 하나다.
그는 “리허설에서 디테일이 가장 중요하고 그 디테일에 진짜 보물이 숨겨져 있다”며 리허설에서 완벽을 추구하기로 유명하다. 이 보물을 찾기 위해 청중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냐는 질문에 츠베덴은 “따로 준비를 할 건 없다. 단지 오셔서 들어보면 수많은 디테일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아무 준비 없이 오셔도 즐기실 수 있는 수준의 연주를 들려드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연주회는 오케스트라 연주에 집중하기 위해 협연자 없이 진행된다. 그는 “지휘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건 언제나 설레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연주한다”면서 “KBS교향악단이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브루크너 곡은 오케스트라가 어떤 수준의 연주를 하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오케스트라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을 골랐다는 얘기다.
현재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홍콩 필과 뉴욕 필에 대해 츠베덴은 “뉴욕 필과 홍콩 필은 각각 전통적인 강자와 새로 뜨는 별이다. 홍콩 필은 무서운 속도로 정상을 향해 성장 중이다. 뉴욕 필이 아주 오래된 근사한 와인이라면 홍콩 필은 갓 양조돼 신선한, 그래서 자기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와인에 비교할 수 있다”고 했다.
츠베덴은 악단의 수준을 단시간에 끌어올리는 것으로도 높이 평가받는다. 그 이유에 대해 “어떤 특별한 비결을 써서 끌어올린다고 말하긴 힘들다.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 아주 집중적인 노력의 결과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 여정에 기꺼이 참여해 잘 견디면, 쓴 노력 후의 달콤한 결과를 맛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1997년 아내와 함께 자폐증이 있는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파파게노재단을 설립해 음악치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츠베덴은 “음악에는 사람의 영혼을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 자폐증이 있는 특별한 아이들의 경우 음악치료가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음악을 자기만의 세계에 있는 아이들을 바깥세상과 연결해주는 아주 아름다운 도구라고 해야 할까. 음악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 세상과의 접촉을 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