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신인왕과 팀 성적은 별개다. 여자부의 경우 최근 다섯 차례 신인왕 가운데 네 번을 3~4위에 머무른 중위권 팀이 배출했다. 지난 시즌에는 꼴찌 팀(흥국생명·김채연)에서 신인왕이 나오기도 했다. 신인에게는 탄탄한 스쿼드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적을 내는 상위권 팀보다 반전이 필요한 중하위권 팀에서 깜짝 활약을 펼칠 기회를 잡기 쉽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러한 경향이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올 시즌 V리그도 어느새 6라운드에 접어들었지만 일생에 단 한 번 있을 여자부 신인왕의 윤곽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빼어난 기량으로 각 팀의 주축이 된 신인들이 많아서다. 역시나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새해 들어 끝없는 부진을 탈출한 5위 현대건설의 정지윤(18)과 꼴찌로 처진 KGC인삼공사의 믿음직한 대들보 박은진(20)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주아(19)는 리그 선두인 흥국생명에서도 주전을 꿰차며 정규리그 우승과 신인왕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현대건설의 센터 정지윤은 이번 시즌 신인 가운데 가장 많은 출전 횟수(25경기)와 득점(165점)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는 무려 19점을 터뜨리며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180㎝로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영리한 플레이로 블로킹에도 능하다. 개막 후 최다 연패(11연패)의 좌절을 딛고 올해 들어 현대건설을 반등하게 만든 선수 중 하나다.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은 지난 3일 “(정)지윤이는 신체조건도 뛰어나고 집중력과 배우려는 자세도 좋다.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도 17일 “현대건설이 10년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정지윤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외국인 용병 알레나가 부상으로 빠지며 뒤늦게 팀의 주전으로 기용된 박은진의 기세도 맹렬하다. 여태 20경기에 출장하며 신인왕 후보 3인방 중 출전 경험은 가장 적지만 공격 성공률은 39.82%로 제일 높다. 187㎝의 큰 키를 활용한 속공과 재빠른 이동 공격도 빛난다. 속공(42.31%)과 이동 공격(41.86%) 모두 리그 5위다. 6라운드에 더 크게 활약해 재능을 입증한다면 막바지 신인왕 경쟁에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된 센터 이주아는 기대했던 대로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한다. 신인왕 경쟁자들보다 득점력(107점)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서브 에이스(9개)와 세트별 평균 세트(0.178개)에서 앞선다. 드래프트 당시 “이동 공격을 보여주겠다”던 다짐을 지키듯 이동 공격은 리그 3위(47.30%)로 정상급이다. 이재영과 톰시아, 김세영 같은 베테랑들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흥국생명의 연승에 기여하는 것은 이주아만의 강점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