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하순에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국에 갈 때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과 많이 접촉한다. 이번에 만난 전문가들의 한반도에 대한 태도는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놀라운 점이 아주 많았다.
지난해 7월 미국에 갔을 때 미국 측 전문가들 대부분은 북한이 비핵화의 방향으로 진전하는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2017년의 강경 노선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전문가들은 강경 노선 부활이 큰 위험이라고 여겼고, 어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당시에 이것은 대다수의 예측이었다.
이번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미국의 안전보장 문제보다는 자신의 재선 문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계획할 때 진짜 미국의 안보를 많이 강화하는 것보다 미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믿는지 알 방법이 없지만 필자가 만난 미국 측 전문가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진짜 비핵화의 진전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1차 회담과 달리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은 트럼프가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결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회담과 같은 듣기 좋지만 구체적인 의미가 아예 없는 선언을 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국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타협은 어떤 내용일까. 타협이라면 양측 모두 얻는 것도, 양보하는 것도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 측이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북한은 별 가치 없는 옛날 시설을 다시 철거할 수도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북한 측은 영변 핵시설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연구와 생산을 일정 부분 중단할 수도 있다.
반면 미국 측이 양보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정상회담 때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 미군 철수 혹은 대폭 감축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번 방미 전에 미군 철수가 가능하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예상보다 많았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 미군 철수가 몇 년 이내에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의원들과 경험 많은 전문가들, 그리고 직원들이다.
얼마 전, 한국 언론들은 미군 철수는 방위비 증액을 위한 미국 측의 협상 수단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워싱턴 전문가 대부분은 다른 말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남한 측이 방위비 협상에서 큰 양보를 할 경우에도 미군 철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옛날부터 한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와의 동맹은 핵우산을 포함한 다양한 안전보장을 공짜로 제공하는 것이므로 상업적인 입장에서 아무 의미 없는 자원 낭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흥미롭게도 북한은 늘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소련 대립을 교묘하게 이용했던 북한은 지금 미·중 대립을 이용하려는 것 같다. 미군 철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초래하므로 북한은 관심이 별로 없을 수 있다.
그 대신에 북한 측은 대북 제재 완화에 관심과 희망이 아주 많다. 그러나 미국에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국가안보회의(NSC)도, 재무부도 대북 제재 완화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약간 희망이 있는 것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더라도 남북 경제 협력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다른 관광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더 높은 시나리오처럼 보인다.
물론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에서 본 것을 감안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요즘 한국 언론과 사회를 보면 이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의식도, 관심도 거의 없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