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캔 당 각설탕 7∼8개 분량 중고생 셋중 1명 주3회이상 마셔
지방간 수치↑ 당뇨·고혈압 위험… 청량감 원하면 탄산수로 대체를
커피 하루 3∼4잔 바람직… 관상동맥 석회화 막아
대기업에 다니는 A씨(35)는 매일 콜라를 입에 달고 산다. 5년전 입사할 때부터 콜라를 마시기 시작한게 습관이 됐다. 아침에 출근할 때 작은 페트병(500㎖)의 콜라를 사서 책상 맡에 두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소화가 잘 안될 때 홀짝홀짝 마신다.
술이 잘 안받는 체질이라 회식 자리에서는 술 대신 콜라를 시킨다. 어쩌다 과음하면 다음날 숙취 해소를 위해서도 콜라를 먼저 찾는다. 미혼인 A씨는 퇴근때 편의점에서 저녁식사용 도시락을 사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콜라를 고른다. 2~3년 전부터 귀가 후 PC게임에 재미를 붙이면서 야식 배달에는 꼭 콜라를 추가한다.
이렇게 A씨가 하루에 마시는 콜라량은 평균 1.5ℓ나 되고 휴일에는 더 많다. 아니나 다를까. 언젠가부터 속쓰림 증상이 있고 체중과 허리둘레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 지난해 말 직장건강검진에서는 체지방과 중성지방, 지방간 수치가 기준을 넘은 것으로 나왔다.
A씨의 검진결과를 상담한 강북삼성병원 종합검진센터 김보영 수석영양사는 18일 “성인에게 하루 권장되는 물 섭취량이 1.5ℓ인데, A씨는 물 대신 탄산음료를 그만큼 매일 마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 등에서 흔히 판매되는 콜라 캔 1개(250㎖)에는 약 27g의 당이 들어 있다. 따라서 A씨는 약 162g의 당을 콜라로 섭취한 셈이다.
김 영양사는 “식품의 가공·조리 시 들어가는 ‘첨가당’의 성인 기준 하루 권장량이 50g 이내임을 감안하면 기준치의 3배를 넘는 당을 콜라 단일품목만으로 충당해 온 것”이라면서 “A씨의 경우 건강을 위해 탄산음료부터 줄이거나 끊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산음료에는 탄산가스와 당, 카페인 등 첨가물들이 들어 있다. 시원하고 톡 쏘는 단맛 때문에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20, 30대 젊은 층 섭취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8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 3명 가운데 1명꼴(34.7%)은 주 3회 이상 탄산음료를 마셨다. 섭취율은 2016년 이후 계속 증가 추세다. 남학생의 탄산음료 섭취율(41.9%)이 여학생(26.8%)보다 훨씬 높았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음료 종류별 당 섭취량(2016년 기준)’ 자료에 의하면 탄산음료(하루 5.99g)가 전체 음료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과일·채소음료(3.30g), 커피(2.63g), 두유 등 기타음료(1.57g), 다류(0.55g)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연령별로 1인당 하루 평균 음료별 당류 섭취량 분포(만 1세 이상, 2015년 기준)를 보면 19~29세(15.47g)와 12~18세(13.82g)의 경우 탄산음료를 통한 당 섭취가 전체 음료의 60% 이상을 차지해 다른 음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30~49세(5.75g)도 탄산음료를 통한 당 섭취가 가장 많았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어릴 때부터 탄산음료의 단맛에 길들여져 성인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번 탄산 중독에 빠지면 커서도 끊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 외 첨가당으로 하루 섭취 열량의 10% 이내에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보통 성인의 하루 섭취 열량이 2000㎉인 것을 생각하면 권장되는 첨가당은 하루 50g 이내다.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탄산음료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코카콜라와 칠성사이다 1개(250㎖)에는 각 27g, 펩시콜라 1개(250㎖)에는 28g의 당이 들어 있다. 큰 종이컵에 각설탕 7~8개를 넣은 양이다.
이들 3개 제품을 비롯해 같은 250㎖ 용량의 환타파인애플향(34g), 밀크소다암바사(31g), 밀키스(31g), 맥콜(31g), 마운틴듀(30g) 등은 2개 이상 마시면 하루 첨가당 섭취 권장량을 훌쩍 넘어버린다. 355㎖ 용량의 웰치그레이프(46g), 트로피카나스파클링사과(42g) 등은 1개만 마셔도 섭취 권장량에 가깝다.
탄산음료는 체중증가, 비만 위험을 높이고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발생에도 영향을 주는 걸로 알려져 있다. 치아도 썩게 만든다. 최근엔 탄산음료를 1주일에 5잔 이상(1잔 기준 약 200㎖) 마시면 전혀 마시지 않는 그룹에 비해 조기 관상동맥질환 위험을 27% 높이는 걸로 나타났다.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가 암, 심장질환, 당뇨병이 없는 무증상 성인 남녀 2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성은주 교수는 “따라서 목이 마를 땐 탄산음료 대신 생수나 보리차를 마시고 느끼한 음식 때문에 정 청량감을 원한다면 탄산수(물에 탄산가스만 탄 형태)로 대체해 마실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실천팀 양윤희 선임 전문원은 “아이들의 경우 탄산음료 대신 물이나 저지방 우유(흰우유)도 괜찮지만 당류나 카페인을 함유한 가공 우유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영양사는 “다만, 탄산수도 단기적 대용으로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음용하면 톡 쏘는 성질 때문에 식도와 위에 자극을 주고 빈 속에 마시면 위산 과다 분비를 부르는 만큼, 물처럼 마시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산음료 자제와 아울러 커피는 적당히 마시도록 해야 한다. 커피에도 상당한 양의 당이 들어 있다. 아메리카노 같은 순수 커피를 제외하고 커피믹스나 액상커피(캔·병)의 당 함량은 높은 편이다. 탄산음료와 커피에서 당과 함께 문제되는 게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과량 섭취할 경우 각성 효과를 내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
성 교수는 “하루 3잔 이상, 5잔 미만(1잔 기준 약 150㎖)의 커피는 관상동맥 석회화(딱딱해짐)를 막아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면서 “단, 당이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커피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매일 2~3잔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간암, 자궁암, 전립선암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한국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량은 성인 기준 400㎎ 이하다.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 게 적당한지는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카페인의 영향도 사람별로 다른 만큼, 개별적으로 판단해 마시는 게 낫다. 성 교수는 “하루 1~2잔의 커피를 마셔도 잠이 잘 안 온다면 삼가는 게 좋다”면서 “단, 하루 5잔 이상 마실 경우 심장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콜라·사이다 선호 소비자 인식 탓… 당류 저감대책 게걸음
정부는 2016년 4월부터 음료업계와 함께 탄산음료 등의 당류 저감화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20년까지 시판 음료류의 평균 당류 함량을 5~10% 낮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율 시행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추진 속도가 늦다. 탄산음료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음료업계에 저당 신제품 개발과 기존 제품의 단계적 당 저감화를 유도하고 있다. 식약처는 18일 “기존 탄산음료 제품의 경우 당 함량을 조금만 바꿔도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업체들 입장에선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메인 제품 보다는 신제품 출시때 당 함량을 낮추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칠성사이다는 최근 당 함량을 40% 줄인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또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세트 메뉴에 탄산음료와 함께 탄산수나 생수 등 당 함량이 적거나 없는 음료를 포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장 내에 탄산수를 눈에 띄게 비치하고 당을 낮춘 에이드류를 개발해 판매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탄산음료 보다 탄산수가 비싼 데다 콜라나 사이다처럼 쉽게 세트 메뉴 구성이 안되고 별도 구매를 해야 해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는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햄버거와 피자업체 직영점에서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 세트 메뉴를 선 보인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잘 안되고 있다”면서 “탄산음료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해 프랜차이즈업체를 중심으로 에이드류 제조시 기본으로 쓰이는 사이다 대신 탄산수를 사용하도록 집중 권장키로 했다. 또 커피전문점에서 음료 주문시 시럽 등의 당 함량 선택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탄산음료의 당류 저감제품 개발에 대한 실태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