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골퍼 조던 스피스(26·미국)에게 18일(한국시간)은 악몽의 하루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오픈 마지막라운드. 조던은 ‘주말 골퍼’ 수준인 10오버파를 쳤다. 데뷔 후 가장 나쁜 스코어였다. 특히 보기에 더블, 트리플더블, 쿼드러플보기 등 사이클 보기까지 범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1라운드 공동 1위, 3라운드까지 공동 4위였던 스피스는 최종합계 1오버파로 공동 51위로 추락했다.
2012년 PGA에 입회한 스피스는 2015년 한 해에 마스터스와 US오픈 등 메이저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며 스타로 우뚝섰다. 그해 8월엔 데뷔 첫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디에어선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가 왔다”며 반색했다. 이후에도 2016년 라이더컵, 2017년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며 단 한 번도 세계랭킹 10위권 밖을 떠나지 않았다.
스피스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요 원인은 퍼팅 난조다. 스피스는 장타자나 정교한 아이언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송곳 퍼팅’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린에선 최고의 정교함을 자랑했다. 평균 퍼팅 수가 2015년 1.699개, 2016년 1.710개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평균 퍼팅수(1.755개)가 50위까지 미끄러졌다.
실제 이날 마지막라운드에서도 스피스는 5번홀에서 3퍼트를 해 트리플보기를 했다. 첫 퍼트 거리가 1.2m에 불과했지만 실패하자 무너진 것이다. 쿼드러플보기를 범한 10번홀에서도 투퍼트로 그린을 빠져나왔다. 우즈의 코치였던 행크 헤이니는 “스피스가 짧은 퍼팅을 할 때도 손이 흔들린다. 퍼팅 입스에 걸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멘탈 문제도 나온다. 스피스는 최근 1~2라운드를 잘치다 마지막라운드에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제네시스 오픈뿐 아니라 그 전 주에 열렸던 페블비치 프로암에서도 1라운드에서 공동 1위를 달리다가 최종 42위로 마쳤다. 최종라운드에 대한 중압감에 한 번 실수한 것을 잊지 못해 경기 전체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스피스는 1번 홀에서 버디를 작성했지만 2번 홀에서 생크를 내 더블보기를 범한 후부터 ‘주말골퍼’보다 못한 플레이를 했다. 스피스는 경기 직후 인터뷰를 사양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