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경기를 비기게 하고, 비길 경기도 이기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말컹이 현장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거대했다. 말컹이 없었다면 승격 첫 해 리그 2위에 오른 경남 FC의 돌풍은 불가능했다. 이처럼 프로축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성패는 구단의 한 해 농사를 판가름한다. 지난해 K리그에서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한 이들도 모두 용병이었다. 제2의 말컹이 되기 위해 베테랑 K리거와 신입 용병들이 앞다투어 출사표를 냈다.
올해 펼쳐질 외인 경쟁에서는 시즌을 일찍 시작한 울산 현대의 믹스 디스커루드가 한발 앞서 나갔다. 믹스(등록명)는 19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페락과의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5대 1 대승에 기여했다. 믹스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를 제치는 개인기와 그림같이 휘어지는 중거리 슈팅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출신이라는 이름값을 증명했다.
지난 시즌 득점왕 경쟁에서 말컹(26골)에게 아쉽게 밀린 강원 FC의 제리치(24골)와 울산의 주니오(22골)도 건재하다. 대표이사 사퇴·감독 교체 등 어려움을 겪으며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지 못한 강원은 제리치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주니오는 페락과의 경기에서 마지막 쐐기골을 넣으며 여전한 골 감각을 선보였다.
대구 FC의 FA컵 우승을 이끌었던 브라질 콤비 세징야와 에드가는 구단과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 리그 도움왕(도움 11개)에 오른 세징야는 올해로 어느새 4년 차 베테랑이 됐다. 지난해 여름 이적한 에드가는 후반기에만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적응을 마쳤다.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데얀(수원 삼성)과 로페즈(전북 현대), 무고사(인천 유나이티드)도 출격을 준비 중이다.
이번 겨울 영입된 신입의 무게감도 밀리지 않는다. 포스트 말컹 찾기에 주력한 경남은 개막을 앞두고 조던 머치·루크 카스타이노스라는 빅네임을 영입했다. 카디프 시티, 퀸즈 파크 레인저스 등 잉글랜드 1·2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머치는 2선에서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카스타이노스는 에레디비시 페예노르트 로테르담과 세리에A 인터 밀란 등 유럽 주요리그를 거친 스트라이커로 말컹의 빈자리를 채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20일 “머치는 쏠쏠한 영입이지만, 카스타이노스는 최근 4년여간 성적이 미미해 적응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평했다.
베트남 대표팀에서 ‘박항서 키드’로 활약한 공격수 응우옌 콩 푸엉은 인천의 유니폼을 입고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명가 재건을 노리는 FC 서울은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던 알렉산다르 페시치를 임대했고,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호주 국가대표 출신인 이비니-이세이를 아시아 쿼터로 추가했다. 한 해설위원은 “페시치는 신뢰할만할 경력의 소유자”라며 “침체된 서울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