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한파 논쟁은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FA 최대어 중 하나로 평가되던 매니 마차도(27)가 초대박 계약을 맺은 직후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남긴 말이다. 25년만의 파업 이야기까지 나올 만큼 차가워보였던 스토브리그였지만 결국 FA 최고액 기록이 경신됐다.
MLB닷컴은 20일(한국시간) “마차도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10년간 3억 달러(약 337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며 “5년 뒤 옵트아웃(계약해지)도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3억 달러는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전 뉴욕 양키스)가 맺은 MLB FA 역대 최고 총액(2억7500만 달러)을 뛰어넘는 금액이며 북미 스포츠 FA 사상 최고액이다.
마차도의 초대형 계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마차도는 준수한 3루 수비와 함께 지난 네 시즌 모두 33개 이상의 홈런을 쳐낸 대형 내야수다. 메이저리그 데뷔가 빨라 이른 나이에 FA 자격을 얻어 노쇠화 걱정도 덜했다. 유격수로도 출전하면서 가치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기세 좋게 FA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마차도의 계약은 예상보다 늦어졌다. 다수 구단이 우승 가능성이 없는 해에는 일부러 지출을 줄이고 약한 전력을 유지하며 유망주를 수집하는 ‘탱킹’ 전략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대형 FA들이 팀을 찾지 못하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는 “구단들은 왜 최고의 선수들이 아직 계약을 못했는지 해명해야한다”며 “이대로라면 파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가 마침내 마차도의 기대를 충족하는 금액을 제시했다.
메이저리그 FA 총액은 투수 케빈 브라운이 1998년 LA 다저스와 7년간 1억5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처음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불과 3년 만인 2001년 로드리게스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간 2억52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2억 달러 시대를 열었고 18년 만에 3억 달러대로 접어든 것이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양키스)이 2015년 마이애미 말린스와 13년간 3억25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긴 했지만 FA 계약이 아닌 연장계약이었다.
하지만 마차도는 곧 최고액 타이틀을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또 다른 FA 최대어 브라이스 하퍼에게 3억1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나왔다. 마차도를 품은 샌디에이고가 하퍼마저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따라 당초 마차도보다 큰 규모의 계약이 예상되던 하퍼의 몸값은 3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현지에서는 조만간 4억 달러를 넘볼 선수를 볼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현역 최고의 타자로 불리는 마이크 트라웃(28·LA 에인절스)이 대상자다. 2020년 말 FA 자격을 얻는 트라웃은 2012년 신인왕 수상 후 매년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쳐 왔다. 에인절스가 일찌감치 그를 붙잡기 위해 8년간 3억50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연장 계약을 최근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트라웃은 “앞날은 예측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베팅 찬스를 노리고 있다. 아직 젊은 나이와 꾸준한 실력을 고려해 많은 팀이 영입 경쟁에 나설 경우 총액 4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꿈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