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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파란만장 ‘지폐氏’



“지폐에는 아름다움과 감동 외에도 파란만장한 시대와 문명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다. 이러한 지폐는 독특한 자태로 어두운 시대에 감추어진 비밀의 정곡을 찌른다.”

이 같은 문구로 시작된 챕터에는 아프리카 부룬디의 저 지폐가 등장한다. 부룬디에서 발행하는 1만부룬디인데, 앞면엔 후투족인 은다다예(오른쪽) 대통령과 투치족 출신인 르와가소르 왕자의 얼굴이 인쇄돼 있다. 그런데 저 지폐에 두 인물이 함께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룬디는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충돌이 끊이지 않던 땅이었다. 하지만 두 민족은 2002년 휴전에 동의했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두 민족을 대표하는 인물의 초상화를 지폐에 담았다. 즉, 저 지폐는 부룬디에 깃든 화해의 기운을 드러낸 평화의 증표인 셈이다.

‘지폐의 세계사’를 펼치면 이렇듯 세계의 지폐에 담긴 흥미로운 사연들을 만나게 된다. 대만의 인문학자인 저자는 지난 25년간 97개국을 돌아다니며 세계 각국의 지폐를 수집했다. 그가 지폐 수집가가 된 건 어린 시절 우연히 구한 외국 지폐 때문이었다. 앞면엔 스모그가 가득한 공장 지대가, 뒷면엔 고딕 스타일의 성당이 담긴 지폐였는데 몇 년 뒤 저자는 이 돈이 1961년 체코슬로바키아가 발행한 100코루나 지폐라는 걸 알게 됐다. 그는 틈날 때마다 이 지폐를 들여다보며 이역만리 떨어진 동유럽의 풍경을 상상하곤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내게 ‘왜 지폐를 수집하나요’라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오래된 코루나 지폐를 들고 당신과 함께 코루나 지폐에 얽힌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가 수집하는 것은 지폐가 아니라 꿈입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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