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타이틀을 얻은 이래 매우 길고도 멋진 여정이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8)가 3일(한국시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100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세이던 2001년 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선 이후 18년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페더러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듀티프리 챔피언십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를 2대 0(6-4 6-4)으로 돌려세웠다. 지난해 10월 모국인 스위스 바젤에서 99승을 차지한 이후 지난 1월 호주 오픈까지 3개 대회에서 타이틀 획득에 실패했으나 4번째 도전 끝에 100승 고지에 올랐다.
8세 때 테니스를 시작한 페더러는 2001년 ATP 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꾸준히 우승 기록을 쌓아왔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한 해를 제외하고 올해까지 매년 우승 타이틀을 확보했다. 특히 2004년 11번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11번), 2006년(12번)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승수를 기록했다. 이중 200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CA트로피대회에서부터 2005년 10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태국 오픈까지 24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등 결승전 최강자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100번의 우승 기록 중 20번은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나왔다. 2003년 윔블던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지난해 호주 오픈까지 남자 테니스 그랜드 슬램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그랜드 슬램 준우승도 10번이나 차지했다. 현재 남자 테니스에서 100회 이상 우승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페더러 외에 ‘테니스의 전설’ 지미 코너스(은퇴·109회)가 유일하다. 코너스는 1983년 US오픈 정상에 오르며 100회 우승 대기록을 최초 달성했다. 남녀를 통틀어서는 ‘테니스 여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은퇴)가 167회로 가장 많다.
페더러는 이날 우승 이후 “꿈이 이뤄졌다”며 “그간 어려움도 많았지만 매 순간을 사랑했다”고 기뻐했다. 코너스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세 자릿수 우승 클럽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그간 조금 외로웠는데, 동료를 얻어 기쁘다”고 남겼다.
페더러의 우승 행진이 코너스의 기록에 닿을지는 미지수다. 만 38세를 5개월여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체력적인 문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페더러는 “내가 대기록을 세운다면 멋지겠지만 모든 기록들을 깨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