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여러분 저 괜찮습니다. 계속 많이 던질 수 있습니다.”
KIA 타이거즈 좌완 양현종은 ‘고독한 에이스’다. 팀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항상 그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공을 던졌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매해 180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덕분에 KIA는 2017년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투수진이 붕괴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며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하지만 팬들은 이런 양현종이 혹사를 당하고 있지 않나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3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만난 양현종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양현종은 수년간 많은 이닝을 던진 것에 대해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또 “공을 던지는 것은 내가 해야할 일이다. (몸 상태 운운하는 것은) 핑계거리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옆에 있던 KIA 프런트는 “양현종이 너무 책임감이 크다. 시합 때도 그만 던지고 내려오라고 했지만 끝까지 자기가 던지겠다고 우겼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팀에서 자신의 몸 상태 관리를 잘 해주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양현종은 “시즌이 끝나면 코칭스태프에서 휴식을 준다. 트레이닝 파트도 적절히 몸을 만들도록 해 주고 있다”며 “체력적인 면에서 부담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시즌을 앞두고 몸 상태가 더 좋다고 했다. 양현종은 “다른 해보다 이번에 어깨 운동을 많이 했고, 하체도 많이 강화하고 있다”며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벌써 불펜에서 100개의 공을 소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KIA는 중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된다. 윤석민, 김세현, 한승혁, 이범호 등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현종은 “시즌 시작도 안했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은 시즌 들어가 봐야 안다”며 “우리 팀에는 유망주가 많다. 어린 투수들이 뒤를 생각 안하고 자신있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양현종은 여느 해보다 젊은 투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조언을 하고 있다. 특히 광주 동성고 12년 후배인 김기훈에 대해선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양현종은 “마운드에서 너무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스무살은 뭐든지 용서가 되니까 후회없이 자기 공을 신나게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소개했다.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줄 또 한 명의 투수가 있다. 바로 임기영이다. 임기영은 2017년 혜성같이 나타나 완봉승 2회를 포함해 8승 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난해 승패는 8승 9패로 비슷했으나 평균자책점이 6.26까지 치솟았다. 안정된 경기 운영을 하지 못했다. 사실 올해 KIA 마운드의 ‘키맨’은 임기영이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고, 붙박이 토종 선발은 사실상 양현종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임기영의 활약 여부에 따라 올 시즌 팀 농사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영은 “지난해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처럼 되지 않기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는 임기영은 “선발이라면 10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팀도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팀의 수장인 김기태 감독은 부상자가 속출해 마음고생이 심한 듯 했다. 그래서 전지훈련 내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래도 올해 목표에 대해 짧게 말해달라고 했다. 그는 가을야구를 목표로 했다. 김 감독은 “추운 날씨에도 야구를 하고 싶다. 늦게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