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를 집중해서 묵상하기 좋은 시간이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얼마나 사랑하나. 과연 그분의 제자답게 살고 있을까. 나의 영적인 상황을 점검해보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혜, 그분의 가르침, 기도를 떠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오직 예수뿐이네”라는 고백을 할지 모른다.
차이 나는 복의 클래스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제자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산상수훈’은 그 가운데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마 5:3)라는 첫 구절부터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주님이 말하는 ‘복’이 우리가 받길 원하는 복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구영 생명나무교회 목사가 쓴 ‘차이 나는 복의 클래스’(나무&가지)는 평소 알 듯 말 듯하던 팔복을 명쾌하면서도 분명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먼저 “하나님이 주시려는 본질의 복에는 관심이 없고, 끼워주시는 것만 복인 줄 아는 어리석은 인생을 살고 있다”며 “내가 구하지 않아도 내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가 되면, 원 플러스 올(One+All), 본질의 복에 덤으로 주시는 복까지 따라온다”고 말한다. 마태복음 5장의 팔복은 바로 주님이 주시려는 본질의 복이며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돈 평안 건강 장수 같은 것은 끼워주시는 복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팔복을 지금 우리 시대의 맥락과 배경 속에서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말로 풀어낸다. 가령 저자는 심령이 가난한 사람이란 ‘3일 굶은 사람이 밥 생각밖에 안 나는 것처럼 그렇게 천국과 예수님만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가난’으로 번역된 헬라어 ‘프토코스’는 사흘에 한 끼 먹을 정도의 가난을 뜻한다. 저자는 “천국은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라 이렇듯 다른 것이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모든 관심이 예수님에게 집중된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우리가 구해야 할 복은 오직 예수뿐이라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단호하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고백이 팔복에 대한 설명에 적절히 녹아 들어있어 초신자는 물론 누구나 몰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거둠의 기도
서울 청파교회 성도들은 주일예배에서 설교가 끝나면 다 함께 잠시 침묵기도를 드린다.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는 이 짧은 침묵기도 시간을 “마음이 너누룩해진 후 말씀이 가슴에 배어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어 설교자가 ‘거둠의 기도’를 올린다. 교회 공동체가 함께 말씀에 응답해 새로운 삶을 결단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기도다. 동명의 책은 수년 동안 김 목사가 교회에서 드렸던 ‘거둠의 기도’ 중 선별해 엮은 기도집이다.
1부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에선 주님이 가신 그 길을 따르겠다고 말하지만, 때론 주춤거리고 뒷걸음질 치며 방황하기 일쑤인 우리의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고백한다. 2부 ‘두려움과 욕망을 넘어’에선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나의 욕망과 두려움의 실체를 확인하고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날 길로 인도해주실 것을 기도한다. 3부 ‘삶으로 드리는 아멘’에서는 그럼에도 거룩한 삶의 길로, 평화와 생명이 넘치는 길로 걸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구하는 기도문들을 만날 수 있다.
김 목사는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에게는 분명히 가야 할 목표가 있습니다. 참 하나님이면서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 오직 그분만이 우리의 영원한 푯대이십니다. 길을 걷다 보면 그 푯대가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안개가 서린 듯 가물거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푯대가 보이지 않을 때조차 그 지향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문들은 군더더기 없이 오롯이 주님만 향하고 있다. 하나씩 읽다 보면 나의 기도가 얼마나 부풀려져 있고 쓸데없는 욕망과 욕심으로 얼룩져 있는지 깨닫게 된다. 혼자 읽으며 나의 기도를 점검하기에도, 또 여러 사람과 함께 소리 내 읽으며 마음을 나눠보기에도 좋을 기도집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