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수많은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연기 활동을 해온 배우 마흥식(71·세광교회) 은퇴 장로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믿음의 배우들과 의기투합해 성극 ‘제비젼-탕자! 돌아오다’를 기획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 작품은 성경의 탕자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예인아트홀에서 만난 마 장로는 “이 성극은 나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많은 분이 공감해주시고 하나님을 만나는 계기가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성극은 골프장 등에서 여인들을 유혹해 돈을 뜯어내며 ‘제비족’으로 허랑방탕하게 살던 주인공이 하나님을 만나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을 다룬다. 성경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현대물로 각색해 재미와 감동을 주도록 했다. 크리스천의 신앙 성숙보다는 잃어버린 영혼 구원에 초점을 둔 터라 지난해 12월부터 여러 교회의 새 가족 초청잔치에 초대받고 있다.
예술감독과 배우로 참여한 마 장로는 “보통 성극 하면 무거운 느낌인데 성도뿐 아니라 일반인이 봐도 쉽게 복음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우리 모두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귀띔했다.
1974년 MBC 드라마 ‘얼굴’에서 고 김자옥씨와 주인공으로 데뷔한 그는 80년대 초반 성인영화 ‘반노’에 출연했다.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Sex Screen Sports)으로 연기하려면 성인영화에 출연하는 게 당연한 시절이었다. 마 장로가 출연한 성인영화 ‘반노’와 ‘애마부인’이 히트를 하면서 성인영화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영화 ‘매춘’(1988)은 그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할 정도였다.
“제 의도와는 다르게 출연한 성인영화마다 히트작이 됐어요. 한창 유명할 땐 돈의 유혹도 많았죠. 배우로서 이런 쪽으로 이미지가 굳혀지는 게 싫었습니다. 방송 출연도 안 하고 영화 연극 등 연기활동에만 매진했죠.”
어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에 다닌 그였지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건 지난 95년 아내가 대장암 판정을 받았을 때다. 마 장로는 이 대목에서 말을 멈추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병원에선 아내가 6개월 밖에 못 산다고 했어요. 그때 의지할 곳은 하나님뿐이었어요. 교회 성도들이 전심으로 기도해줬습니다. 배우 생활을 접고 아내를 돌보는 데 전념했죠. 병원 옥상에서 ‘하나님이 계신다면 아내를 살려주세요’라고 매일 기도했던 게 생각납니다. 아내는 5년 후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마 장로는 후배들이 마음의 공허함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마약에 손을 대는 등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심을 알기에 어려움을 이길 수 있습니다. 성극을 통해 내게 힘을 주시는 하나님을 전하고 싶어요. 무대에 서는 날까지 연기로 복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