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은 ‘극장 승부’의 연속이다. 레알 마드리드를 따돌린 아약스에 이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FC포르투도 대역전극의 주인공에 합류했다. 대역전극 시나리오에서 16강부터 도입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맨유는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 2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에 3대 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로 양 팀은 1·2차전 합계 3대 3이 됐으나 맨유가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 8강에 진출했다.
맨유는 로멜루 루카쿠의 선제골과 추가골에 힘입어 8강 진출 불씨를 살렸으나 경기 종료 직전까지 합계 2대 3으로 PSG에 밀렸다. 맨유의 탈락이 예상됐으나 교체 멤버 디오고 달로트의 중거리 슛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달로트의 슛은 상대방의 팔에 맞고 벗어났는데, 심판이 VAR 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마커스 래시포드가 페널티킥 키커로 나와 PSG 골네트를 가르며 탈락 직전의 팀을 구했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폴 포그바의 결장과 주전들의 부상으로 맨유의 역전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전반 2분 만에 터진 선제골과 젊은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8강 진출의 발판이 됐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우리는 어제 아약스-레알 마드리드 경기, (2017년) FC바르셀로나-PSG 경기를 봤다”며 “축구에서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는 2017년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PSG에 0대 4로 패했으나 2차전에서 6대 1로 이겼다.
같은 시각 진행된 FC포르투와 AS로마의 16강 2차전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1차전에서 1대 2로 패한 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전반 AS로마와 1골씩을 주고받았다. 이후 후반 7분 포르투의 무사 마레가가 다시 골을 넣으면서 1·2차전 합계 3-3으로 균형이 맞춰졌다. 원정 다득점까지 일치해 양 팀은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에 들어가서도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아 승부차기 가능성이 제기된 순간 이번에도 VAR 판정이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연장 후반 로마의 알렉산드르 플로렌치가 페널티 박스에서 상대 선수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것이 포착돼 페널티킥 판정이 나온 것이다. 포르투의 알렉스 텔레스는 연장 후반 종료를 3분 남기고 페널티킥을 성공해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VAR이 승부를 가르는 일이 늘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토마스 투헬 PSG 감독은 경기 후 “나는 여전히 VAR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누군가는 ‘아니다’고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그렇다’고 할 수 있어 판정이 어려운 게 핸드볼 반칙”이라고 말했다. 판정에 불만을 에둘러 표시한 것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