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가 창립 17년 만에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로스트아크’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알피지의 기업공개(IPO)로 투자 자본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측은 “지난달에 입찰제한요청서를 증권사 몇 곳에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며 “상장을 고려하고 있지만 시점은 미정인 상태”라고 밝혔다.
스마일게이트알피지는 7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로스트아크를 정식 출시했다. 개발비 1000억원이 투입된 로스트아크는 출시 초반 기대를 웃도는 이용자가 몰리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출시 후 한 달 만에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는 시장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하락세가 시작돼 지금까지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3월 초·중순 PC방 점유율은 3% 후반으로, ‘피파온라인’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최근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었지만 콘텐츠의 흥미도가 떨어지고 고질적인 직업 밸런스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르며 이용자 엑소더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로스트아크가 스마일게이트알피지의 거의 유일한 수익원인 점을 감안할 때 부진이 지속될 경우 IPO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로스트아크는 2015년 중국 텐센트, 2018년 러시아 메일루와 각각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출시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스마일게이트측은 국내 서비스가 안정화돼야 이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서비스를 통해 게임 완성도를 높이고 이후 국가별로 현지화도 거쳐야 한다. 중국의 경우 출시 계획의 윤곽이 잡혀도 판호 발급이 요원할 수 있다. 로스트아크 모바일 버전도 원작 게임 개발진이 투입됐지만 아직 연구개발 단계다.
현재 스마일게이트는 지식재산권(IP) 다각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IPO 또한 이 같은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스마일게이트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2016년 6618억원, 2017년 62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성장에 봉착했다. ‘크로스파이어’라는 걸출한 캐시카우가 있지만 매출 80~90%에 육박하는 의존도는 적잖게 부담된다. 지난해 모바일 턴제 RPG ‘에픽세븐’을 출시해 매출 순위 2위에 올랐지만 장기 흥행에는 실패했다. 자연히 미래 먹거리 찾기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보통 IPO는 투자금 확보의 목적이 가장 크지만, 로스트아크의 경우에는 당장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시급한 어떤 목적을 위해 상장을 추진 중인 상태는 아니다. 다만 IP 다각화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개발 동력과 미래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