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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천종호] 시대의 우상 : 권력, 돈, 성



강남 클럽 사건이 드러낸 부패한 권력·돈·성의 문제 8년간 소년보호재판 해보니 청소년도 갈수록 물들어간다 권력을 권력답게, 돈을 깨끗하게, 성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그 쾌락 이상의 기쁨을 찾아내 우상의 그늘서 벗어나야

기독교에서 중요한 계명 중 하나는 ‘우상숭배금지’다. 우상숭배란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닌 대상(우상)’을 주인 자리에 앉혀 놓고 그의 지시를 따라 삶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인간은 다양한 이유로 우상을 섬기고, 시대와 환경에 따라 섬기는 대상을 달리한다. 이것은 우상이 인간이 만들어낸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상이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면 우상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인간 자신이다. 결국 우상은 실존이 아니라 허상에 불과하고, 요즘 말로 하자면 ‘인간이 만든 아바타’이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상가는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이다. 영국의 신학자 톰 라이트는 “그들은 겉으로 보기 매끄럽고 이해할 수 있는 근대 세계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동기를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그것이 권력이라고 선언했다. 마르크스는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그것이 성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각각의 것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존재하는 힘 또는 충동으로 보았다. 우리는 그것을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상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이런 충동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존재일 뿐이다”라고 피력한다. 이 말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들어 권력의 신인 마르스, 돈의 신인 맘몬, 성(sex)의 신인 아프로디테가 인간 최고의 우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는 권력, 돈, 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경향에 빠져 있다. 인간이 권력과 돈과 성을 우상으로 섬기는 일차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주는 쾌락 때문이다. 이것들은 그 자체로는 불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쾌락은 마약이나 금지약물과 같은 불법적인 것들이 주는 쾌락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이들에게 부패가 발생한 경우에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권력은 인간의 필요로 만들어진 것이나 인간은 이를 우상화시켰다. 하지만 인간이 부패하듯 권력도 부패할 수밖에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튼의 말처럼 권력은 내재적 요소로 부패할 뿐만 아니라 뇌물이나 성접대 등 외재적 요소를 통해서도 부패한다. 돈의 경우도 최근 베네수엘라 화폐가치의 대폭락과 같이 자체적으로 부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돈은 불법적으로 권력을 움직이거나 성을 사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부패의 도구로 전락되기도 한다. 성도 마찬가지이다. 성은 사랑을 나누고 인간이라는 종족을 이어나가기 위한 성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다. 하지만 성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거나 권력을 이용하기 위한 상납물로 사용하는 순간 성은 그 본연의 모습을 잃고 타락하고 만다.

권력과 돈과 성은 서로 부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함께 두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간은 탐욕으로 인해 그것을 무시하고 결국에는 치명적 위기를 맞게 된다. 최근 서울의 모 유흥클럽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문들도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 클럽은 우리 사회에서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이 재력가들과 만들어놓은 어둠의 바다였다. 그 바다 심연에는 부패한 권력과 성, 부패의 수단이 된 돈의 시녀가 된 사람들을 먹이로 삼는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이 살고 있었는데, 그 괴물이 지금 깨어나 사람들을 집어삼키려고 덤벼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이 유흥클럽이 보여주는 부패한 권력, 돈, 성의 문제가 단지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마음이 불편하다. 특히 만 8년간 소년보호재판을 담당하면서 절실히 체감한 것은 이와 유사한 문제가 청순한 봄과 같은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깊숙이 자리 잡아버렸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가운데 음란물에 중독된 아이들도 보았고, 이른바 ‘원조교제’를 하는 아이들도 만났다. 위기청소년 중에는 무리를 지어 다니며 서열을 만들어 권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서열의 상부에 위치한 아이들은 하부에 위치한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대하고, 자신들은 하지 않는 성매매를 강요하고 성매매로 얻은 이득을 갈취하는 등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건강하지 못한 문화가 미래세대의 주역인 아이들로 하여금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면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권력을 권력답게 만들고, 성을 아름답게 만들며, 돈을 부패의 수단이 되지 않게 만드는 첫 번째 길은 그들을 우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상은 인간의 본성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쾌락을 주는 그들을 우상으로 삼지 않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둠을 물리치려면 빛이 들어와야 하듯이, 우리 속에 우상을 없애려면 아바타 이상의 기쁨을 주는 인간 존재의 밖에 실존하는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 이것이 우상숭배금지가 최종적으로 지시하는 바이다.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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