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는 고난이 있다. 크리스천이라고 해서 인생에서 마주하는 많은 풍랑을 피할 수 없다.
평생 필리핀 등 오지에서 의료봉사로 헌신한 한 선교사의 이른 죽음, 아기 아빠가 된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진단받은 말기암 선고와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아내의 암 판정….
해석되지 않는 고난 앞에서 이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인생의 시간이 조금 더 허락되길 간절히 구하고 인간적으로 흔들린 적도 있지만 하나님의 더 큰 뜻을 신뢰했다. 이들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가난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큰 위로와 소망을 안겨줬다.
오는 3일과 5월에 개봉하는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감독 임준현) ‘교회오빠’(감독 이호경) 이야기다.
한국에서 의사로 부와 명예를 좇으며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영광을 포기하고 필리핀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하며 그들과 함께한 삶을 선택한 고 박누가 선교사. 영화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시한부 선고에도 언제나 다른 사람의 아픔이 우선이었던 박 선교사의 가슴 울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박 선교사는 동남아 오지 의료봉사를 계기로 1989년부터 필리핀에서 의료선교를 펼쳤다.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현지인들을 보면 지나칠 수 없었다. 그의 진심에 감명받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세울 수 있었던 ‘필리핀 누가선교병원’과 50여개 오지 마을을 달리게 한 메디컬 버스 한 대는 그의 사명을 다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환자였다. 92년 췌장암 초기 단계에서 수술받았고, 2004년 위암 말기, 2009년 간경화와 당뇨, 2016년 위암이 재발하면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오로지 다른 사람의 아픔이 먼저였던 박 선교사가 보여준 헌신과 봉사는 사랑 그 자체였다. 그는 “내가 아파봐야 아픈 이의 고통을 안다”며 마지막까지 의료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교회오빠’는 2017년 KBS 스페셜 ‘앎: 교회오빠’를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고 이관희 집사의 마지막 이야기다. 이 집사는 결혼 후 3년 만에 태어난 딸과 아내가 산후조리원을 나오는 날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아들의 암 진단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항암치료가 종료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아내도 혈액암 4기를 진단받는다.
감당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이 집사는 “암이라는 질병도 주님이 주신 축복”이라며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았다. 힘든 병마와 싸우면서도 신앙인으로 하나님 앞에 하루라도 더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영화는 방송 이후 다시 재발한 암 치료를 위해 제주에서 3개월간 생활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낸 이 집사 부부의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순전한 모습은 절망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늘나라의 소망과 용기를 준다. 누구나 고난을 겪으면 하나님의 뜻을 묻게 된다. 두 신앙인의 고난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두 영화를 볼 때 손수건은 필수다.
김아영 박효진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