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세징야(대구 FC)가 공을 잡는 순간, 홈팬들은 환호하고 상대 수비수는 긴장한다. 그의 영리한 공간 침투와 날카로운 슈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같은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를 떠올리게 한다. ‘대구에로(대구+아구에로)’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세징야는 어느새 자타가 공인한 K리그1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됐다.
올 시즌 세징야는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가리지 않고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는 개막 후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골 2도움)를 올렸고,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 2차전에서는 도합 1골 3도움으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지난 30일 경남 FC를 상대로 넣은 프리킥 골은 절정에 달한 세징야의 컨디션을 보여준다. 이날 전방에서 공격을 주도한 세징야는 전반 16분 강력한 오른발 프리킥으로 화려하게 득점했다. 30m가 넘는 거리에서 찬 슈팅은 활처럼 휘어지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경남 골키퍼 손정현이 몸을 날렸지만 손끝 하나 댈 수 없었다.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할 정도로 빼어난 킥력을 자랑하지만 세징야의 특별함은 그뿐이 아니다. 상대를 흔드는 개인기와 라인을 무너뜨리는 돌파 등 공격수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지난 17일 울산 현대전에서 골키퍼를 칩샷으로 제친 후 여유롭게 헤더로 득점한 장면에서는 찬스에서의 침착함이 돋보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31일 “지금 K리그 전체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는 세징야”라며 “플레이메이커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에드가, 김대원과 삼각 편대를 이루는 세징야는 전술적으로 ‘가짜 9번’을 맡고 있다. 가짜 9번이란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뛰는 중앙 공격수다. 세징야는 최전방과 미드필더를 오가며 수비진을 혼란시키고, 빠른 슈팅과 절묘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는다. 한 해설위원은 “세징야는 2선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하고 센터 포워드로서 스스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K리그 4년 차인 세징야는 그간 대구에서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 2016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의 대구로 이적한 그는 첫해 리그 베스트 11에 포함되며 팀을 승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1부리그에서도 금세 적응을 마친 세징야의 기량은 지난해 만개했다. 2018 FA컵에서 세징야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5골)에 오르며 우승컵을 가져다줬고, 리그에서는 도움왕(11도움)을 차지했다.
세징야는 올 시즌 개막 전 K리그1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대상 설문조사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로 꼽혔다. 31일 기준 세징야는 K리그에서 가장 많이 파울(14개)을 당했다. 이처럼 수비수들의 견제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도 그는 에이스로서의 몫을 충분히 다하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