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3-6으로 뒤진 7회말 2아웃 2, 3루 찬스에서 타석에 섰다. 추신수는 시카고 컵스의 좌완 호세 퀸타나의 직구를 받아쳐 점수차를 1점으로 좁히는 우중간 적시타를 만들었다. 자칫 수렁에 빠질 뻔한 자신을 끌어올린 한방이었다.
추신수는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컵스와의 경기에서 1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사실 올 시즌 개막부터 추신수를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신임 감독은 지난 29일 열린 개막전에서 상대팀 컵스의 선발이 좌완 존 레스터라는 이유로 좌타자 추신수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2100만 달러(약 240억원)의 연봉으로 팀내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추신수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이었다. 대신 출전한 우타자 헌터 펜스의 통산 레스터 상대 기록(15타수 3안타)이 추신수(17타수 2안타)에 비해 월등하지도 않았다. 추신수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직 매일 뛸 수 있는 선수이며,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텍사스의 시즌 두 번째 경기에 출전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3구 삼진 두 번을 포함, 첫 네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했다. 특히 상대 선발 다르빗슈 유가 이날 7볼넷으로 3회말 조기강판당하는 등 극심한 부진을 보였음에도 추신수만은 두 차례 모두 삼진 잡은 장면은 국내 팬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않았다면 생애 최악의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추신수는 이런 위기를 스스로가 극복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힘겹게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한 추신수는 경기 뒤 네 번 삼진을 당한 데 대해 “그것도 나다. 난 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더 나쁜 경기도 해 봤다. 나 자신에게 마지막 타석에서만큼은 뭔가 해 보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우드워드 감독은 “추신수의 안타가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텍사스는 8회말 조이 갈로의 쓰리런 홈런에 힘입어 8대 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부침이 있었던 추신수와 달리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개막 이후 순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1루수로 출전한 최지만은 이날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6회말과 8회말 상대 시프트를 뚫어내는 좌전 안타를 연달아 날리며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전날에는 1-2로 뒤진 3회말 2, 3루 상황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치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최지만의 타율은 0.250(12타수 3안타)이다. 시범경기부터 타격에 호조를 보인 최지만은 리그 시작하면서부터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며 주전 안착의 청신호를 켰다는 평이다.
한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에이스 잭 그레인키와의 개막전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류현진(LA 다저스)은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다시 한 번 강적을 만난다. 상대는 좌완 매디슨 범가너로 201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메이저리그의 대표 선발투수 중 한명이다. 그레인키에 이어 범가너까지 누를 경우 류현진의 팀내 위상은 급상승할 전망이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개막전에서 3타수 1안타를 치며 방망이를 예열했다. 이날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