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초반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거포들은 주춤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대며 팀과 팬들을 기쁘게 해 주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는 3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3회말 브록 다익손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23일 개막전 이후 7경기 만에 손맛을 다시 본 것이다. 사실 박병호는 최근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전날 SK전 세 번째 타석까지 7연타석 삼진을 당했다. 인성 좋기로 유명한 박병호가 더그아웃 뒤에서 방망이를 내려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긴 부진에서 탈출하는 아치를 날리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박병호가 폭발하자 상대팀 ‘거포’ 최정도 시즌 첫 대포를 쏘아 올리며 응수했다. 5회초 0-2로 뒤진 상황에서 상대 선발 최원태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공을 좌측 담장 너머로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0m짜리 대형 솔로 아치였다. 최정은 올 시즌 박병호보다 더 큰 슬럼프에 시달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이 0.083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8경기 30타석 만에 마수걸이 포를 터뜨리며 부진 탈출을 알렸다. SK는 최정의 홈런을 발판으로 추격을 시작해 8대 7 역전승을 거두며 두산 베어스와 공동 1위를 유지했다.
김재환(두산)도 이날 화끈한 방망이를 선보였다. 김재환은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렸다.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0-2로 뒤진 3회초에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하며 단숨에 경기를 역전시켰다. 5회초에도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덕분에 두산은 9대 4로 역전승을 거두며 삼성과의 3연전을 싹쓸이했다.
김재환은 지난해 44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 1위에 등극했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었다. 올해엔 지난 26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스리런포를 날린 뒤 주춤했다. 하지만 닷새 만에 시즌 2, 3호 홈런을 연달아 치며 2년 연속 홈런왕 등극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 토종 거포 중 아직 손맛을 보지 못한 선수는 ‘빅보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뿐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LG 트윈스를 맞아 전날 4타점에 이어 이날도 2타점을 보태며 사실상 예열을 마쳤다. 롯데 관계자는 “이대호는 힘뿐 아니라 기술도 뛰어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