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 봐서는 미국 슬럼가에 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생활을 담은 그림책으로 넘겨짚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림을 설명하는 성경 구절을 읽고 다시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책은 ‘눈으로 보는 시편 23편’이다. 작가는 현대 미국 도시에 사는 흑인 가족의 하루를 포착해 성경 메시지를 묵상하도록 이끈다.
그림은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기독교 도시선교 단체 사역자로 일했던 팀 래드윅이 그렸다. ‘뉴어크의 아이들에게 바친다’는 헌사가 수록된 만큼 책은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사는 평범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이들의 하루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림에 나타난 일상은 이렇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아침이면 강아지와 함께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시리얼을 먹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음습하고 위험스러운 분위기가 뒤섞인 이너시티의 한복판을 지나 작지만 아늑한 식탁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평안한 하루를 마감한다.
시편 23편 마지막 구절을 그린 장면은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흑인’ 예수가 웃고 있는 교회 스테인드글라스를 배경으로 평온히 잠을 잔다. 책은 미국부모협회로부터 ‘주목할만한 책’으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