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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 무대 오를 10편 추리는 데 애먹었어요”

내년까지 서울연극제를 이끌 남명렬 예술감독. 30여년을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해온 그는 “연극 작업 현장이 과거보다 굉장히 수평적으로 변했다. 소통과 토론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더 창조적인 작품들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훈 기자


“이 연극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 같은 작품입니다. 다음 작품은 지난했던 여성 수난사를 도발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회전의자에 앉아 빙빙 돌며 봐야 하는 독특한 무대 구성의 연극도 준비돼 있고요. 또….”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남명렬(60)은 올해 서울연극제 무대를 꾸밀 10개의 선정작을 어루만지듯 정성스레 소개했다. 30여년을 배우로 무대를 누볐던 그는 올해 임기 2년의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을 맡았다.

“좋은 작품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았습니다. 경연작 10개를 추리는 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스타 연출가부터 발랄한 신예들의 작품까지 망라하고 있습니다.”

올해 40돌을 맞은 서울연극제는 국내 최고(最古) 연극 축제다. 27일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는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대학로 일대에서 6월 2일까지 이어진다. 통일, 젠더, 민주주의 등 굵직한 이슈를 통찰력 있게 다룬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는다.

다음 달 3일 세 작품이 나란히 축제의 문을 연다. 통일 담론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어떤 접경지역에서는’(연출 박혜선),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여론조작을 다룬 ‘댓글부대’(연출 이은진), 사제 사이의 긴장 관계를 그려낸 ‘단편소설집’(연출 이곤)이다. 성매매 체제를 파고드는 ‘공주(孔主)들’(연출 김수정), 전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얘기를 그린 ‘데모크라시’(연출 이동선)도 관객들을 만난다. 폐막작 격으로는 인력거꾼을 통해 하층민의 참상을 살펴보는 ‘낙타상자’(연출 고선웅)가 준비돼 있다.

회사에 다니다 33살 늦은 나이에 전업 배우의 길로 뛰어든 남명렬은 올해 초 연극 ‘오이디푸스’를 비롯해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더 뱅커’(MBC) 등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관객으로서도 무대를 자주 찾고 아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극은 제게 있어 즐거운 놀이 같은 것이에요. 삶의 희로애락이 깊고 다채롭게 담겨 있는 놀이죠. 좋은 무대를 보면 관객인 나를 설득하기 위한, 수많은 이들의 오랜 고민과 노력이 느껴져 행복합니다.”

남명렬은 “시대와 호흡하는 특성을 지닌 연극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창작자와 관객”이라며 “연출자가 예민한 촉수로 세상을 감각한 작품들이 ‘지금, 이곳’에 사는 관객들의 공감을 만나는 축제이길 바란다”고 했다.

“능력껏 맛난 상을 차려 놓았으니, 서울연극제에 오셔서 편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시고 가셨으면 해요. 음식마다 풍성하게 담아놓은 좋은 영양소들이 관객들의 삶을 이어가는 에너지가 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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