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인문학자’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5)가 10, 12,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를 차례대로 들려줄 예정이다. ‘인간과 환경’을 주제로 한 서울국제음악제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다.
보스트리지는 7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슈베르트는 가곡 분야에서 가장 처음 두각을 나타낸 작곡가로 리트(Lied 독일 가곡)의 기본 요건을 정의했다. 그의 멜로디는 화음을 혁신적으로 사용한 점이 특징”이라며 “이번에 부르는 세 곡은 리트 레퍼토리 중에서도 최고”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그는 이 노래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겨울 나그네’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찾는 여정에 대한 노래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는 가슴속 깊은 욕망을 옛이야기에 빗대 표현한 곡”이라고 했다. 음악회 주제에 대해서는 “인류는 자원 고갈, 환경 파괴, 생물종 멸종 등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지역적인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트리지는 성악가로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과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29세에 성악가의 길에 들어섰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개인 레슨으로 성악을 배웠다. “학창시절에는 늘 ‘일거리가 충분히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가수가 된 지금은 다행히 환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대학으로 돌아가 연구자로 하루 정도 살았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고 했다.
1993년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데뷔한 그는 첫 음반인 슈베르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1996)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유수의 음반상을 받았다. 그는 학자 출신답게 상당히 학구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한다. 저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13개 언어로 출판했고 현재 오페라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전쟁·인종·젠더를 다루는 강의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보스트리지는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주음악가로 활약하면서 여러 차례 한국 청중을 만났다. “한국은 늘 가고 싶은 나라다. 젊고 진지한 청중은 내게 설렘을 안겨준다”고 했다. 반주는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가 맡는다. 서울국제음악제는 보스트리지의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11월 3일까지 12개 공연이 열린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