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유나이티드는 ‘빅 클럽’이 아니면서도 국내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축구팀이다. 전성기를 의미하는 ‘리즈 시절’이라는 신조어는 축구를 넘어 일상에서도 익숙하게 쓰이고 있는데 그 어원이 바로 리즈 유나이티드다. 프리미어리그 강등 후 좀처럼 비상의 기회를 잡지 못하던 리즈가 마르셀로 비엘사(64) 감독 체제하에서 승격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리즈는 12일(한국시간) 더비 카운티와의 챔피언십(2부리그) 플레이오프 준결승 1차전에서 케마르 루피의 결승골로 1대 0으로 승리했다. 16일로 예정된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위한 세 번째 티켓이 걸린 결승전에 오를 수 있다. 챔피언십은 리그 1·2위에게 승격 티켓을 주고, 3~6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펼쳐 마지막 티켓의 주인을 가린다. 리즈는 노리치 시티,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이어 3위로 리그를 마쳤다.
프리미어리그로 재편되기 직전 디비전1 마지막 시즌(1992-1992) 우승팀인 리즈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부침을 거듭하긴 했지만 강등권은 아니었다. 1999-2000시즌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아스널에 이어 리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0-2001시즌엔 리오 퍼디낸드, 앨런 스미스, 해리 키웰을 앞세워 챔피언스리그 4강에도 올랐다. 리즈 시절이란 말도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맨유로 이적한 스미스의 활약이 리즈에 있던 때보다 못한 데서 유래된 후 의미가 확장됐다.
2003-2004시즌을 19위로 마쳐 강등된 리즈는 2007-2008시즌에는 리그원(3부리그)으로 추락하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 2010-2011시즌 챔피언십으로 올라왔으나 승격 기회는 좀처럼 잡지 못했다. 그간 순위는 7-14-13-15-15-13-7-13이었다. 변화는 2017년 구단주가 바뀌고, 아르헨티나 대표팀 등을 이끌었던 비엘사가 올 시즌 지휘봉을 잡고 난 후 찾아왔다. 비엘사가 팀을 맡은 리즈는 리그 초반 8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기대를 높였다. 지난 1월 더비 카운티와의 경기 전 상대 훈련장에 직원을 보내는 바람에 ‘스파이 게이트’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리즈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마지막 6경기에서 3패를 당해 승격 직행 티켓은 못 땄지만 플레이오프를 통한 16시즌 만의 프리미어리그 승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승격에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비엘사는 방심해선 안 된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경기 후 “이번 주 챔피언스리그 경기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경고”라며 “유리하긴 하지만 여전히 90분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