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영(47·여) 권사는 경기도 성남에서 조명가게를 운영한다. 월드헤브론 여성축구단의 선수회장으로 포지션은 풀백이다. 재정난을 겪던 낫소여자실업축구단이 1997년 해체될 때 헤브론에 합류한 8명의 원년 멤버 가운데 한 명이다. 유 권사는 “20여년간 여자축구 실업팀은 늘 IMF 외환위기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 헤브론은 신앙이 있어 흩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이 탓에 경기를 뛰고 나면 일주일은 앓는다는 그는 “다음 달 대회에선 축구장에서 기어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꼭 뛰어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에게 그라운드는 땀과 눈물과 기도로 지켜온 곳이다. 여성 축구 불모지에서 축구선교에 나선 월드헤브론 여성축구단이 다음 달 15일부터 이틀간 경북 상주에서 열리는 고용노동부장관기 전국직장인축구대회 여성부에 출전한다. 2001년 전국체전 동메달 이후 전국대회 공식 출전은 18년 만이다.
밖에서 보면 팀 해체였지만, 안에선 팀 재정비와 축구선교를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선수들은 축구단 감독인 류영수 목사와 함께 국내는 물론 중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곳곳에 특수부대처럼 출몰해 왔다. 복음 전파가 금지된 곳에 들어가 현지 선교사와 함께 아이 어른 노인들을 모아 놓고 공을 차면서 축구를 통해 기독교 문화가 스며들도록 전도하는 특수사역이었다.
22일 인천 부평 사랑밭선교교회(권태일 목사) 1층 예배당에선 월드헤브론 여성축구단의 축구대회 출정식이 간소하게 열렸다. 검은 운동복 차림의 선수들은 물론 류 감독과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출신 김진국 고문도 함께했다.
박수를 두 번 ‘짝짝’ 치고, 양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할렐루야’를 외치는 헤브론 응원 구호가 이어졌다. 축구단 구단주인 권태일 목사는 “일어나 걸으라는 말씀처럼 전국대회 출전을 통해 선수들이 하나님 영광의 도구로 쓰임 받도록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선수 중엔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출신도 있다. 류 감독은 이들을 일컬어 “월드헤브론 해외 선교의 열매”라고 했다. 옌볜 해란강여자축구단 출신 채옥(33·여) 선수는 “고향 땅에서 헤브론 축구 선교사들을 통해 기독교 신앙을 접했고 한국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라운드에선 여러분이 선교사”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천=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