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교회(강용규 목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제임스 맥도날드 총장)은 다음 달 10일부터 3박4일간 강원도 원주 한솔오크밸리에서 제13회 신학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일선 목회자들의 연장교육 차원에서 마련된 심포지엄은 2007년부터 목회자들의 영적·지적 재충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7000여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해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이 발급하는 수료증을 받았다.
강용규(65) 목사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교회 담임목사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일주일에 10번 이상 설교를 해야 하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겐 배움과 공부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심포지엄은 깊이 있는 설교를 위해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목사는 그간 심포지엄에서 어떤 강의도 맡지 않았다. 대신 참가자들 속에서 강의를 들었다. 그는 심포지엄을 소개하며 강사들의 이름과 강의 내용을 자료 없이 술술 읊었다.
“제임스 맥도날드 총장의 전공이 공공신학입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분야인 만큼 기대가 큽니다. 프린스턴신학대학원 바레토 교수는 히스패닉 계통의 침례교 목사입니다. 마이너리티 미국인이지요. 이런 바레토 교수가 누가복음을 강의합니다. 누가는 부친이 그리스인이었고 어머니는 유대인이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나 10명의 한센병환자 이야기는 누가복음에만 나옵니다. 바레토 교수가 누가복음의 독특한 관점을 전합니다.”
심포지엄은 특정 교파와 무관하다. 강사는 다양한 교파적 배경을 가진 성서신학 전공자들이 참여한다. 올해는 한국인 학자와 목회자들도 대거 참여한다. 박준서 연세대(구약학) 명예교수는 ‘이스라엘 역사’, 김지철 소망교회 은퇴목사는 ‘성경본문에서 강단의 설교까지’, 권준 미국 시애틀형제교회 목사는 ‘교회의 변화와 부흥’, 류장현 한신대(조직신학) 교수는 ‘예수는 누구인가’, 박찬석 미국 우스터대(종교학) 교수는 ‘히브리서를 통해 이해하는 교회의 의미’를 각각 강의한다.
강 목사는 “심포지엄에선 항상 ‘신학과 설교’를 주제로 다뤘다. 이는 변하지 않는다”며 “목회자들이 신학을 더 분명히 배우고 어떻게 말씀을 준비해 설교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학자나 목회자를 초청해 공부한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2005년 한신교회 부임 전 미국장로교 대한남가주교회에서 13년을 목회했다. 당시 미국장로교가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2주간 연장교육을 매년 받으며 그 유익을 직접 체험했다. 심포지엄은 이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교회 목회자를 섬기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강 목사는 과거 미국에서 받았던 교육 내용을 아직까지 기억했다. “피터 머시니스트라는 하버드대 출신 학자가 기억납니다. 그는 성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힌트를 줬습니다. 고정된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에서 보니 하나님의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욥기에 대한 강의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흔히 구약에 흐르는 인과응보 사상으로 해석하는 욥기가 어떤 고난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봐야 한다는 경건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강 목사는 “욥은 항상 질문하면서도 하나님을 바라고 고난 속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을 붙잡았다”며 “이후 저의 설교가 달라졌다. 구약을 깊이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강 목사는 이번 심포지엄이 목회자들에게 소위 ‘필이 꽂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통해 공부하는 목사, 설교가 달라지는 교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말씀을 선포하고 복음으로 돌아가는 대신 사회운동이나 정치를 하려는 교회들이 있는데 오히려 손가락질만 받을 뿐”이라며 “위기의 극복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다. 목사는 다른 어떤 것보다 설교를 잘 준비해 전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