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이 처음으로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벤투 감독은 자신이 구축해온 ‘공격·지배의 축구’에 알맞아 이정협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둔 손흥민 등 기존 선수들이 중용된 가운데 이정협 등 K리거 3인이 새로 합류했다.
벤투 감독은 다음 달 호주, 이란과의 A매치를 대비한 축구 대표팀 소집 명단을 27일 발표했다. K리그2(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의 공격수 이정협과 김태환(울산 현대), 손준호(전북 현대)가 벤투호에 처음 승선했다. 올 초 아시안컵을 전후로 꾸준히 함께한 이청용과 지동원, 정우영은 부상과 컨디션 조절 등의 이유로 선발되지 않았다.
이정협은 과거 대표팀을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총애를 받았던 선수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직전 깜짝 태극마크를 단 이정협은 대회에서 2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줄곧 대표팀에 몸담으며 19경기에서 5골을 넣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이후 좀처럼 대표팀과 연이 닿지 않았다. 지난해 J리그 쇼난 벨마레로 임대 갔다가 올 시즌 부산으로 복귀한 그는 리그 7골로 득점 2위에 오르며 다시 이름을 알렸다.
벤투 감독은 이정협에 대해 “과거 대표팀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현재 소속팀에서의 모습을 두루 점검했다”며 “현재 대표팀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적합한 자질을 가졌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공격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펼쳐왔다. 이정협의 강점인 폭넓은 활동량과 적극성이 팀에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골이나 도움 같은 기록만으로 선수를 뽑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은 “어느 리그에서 뛰는지, 득점을 많이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구축한 플레이스타일에 잘 맞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리그 공격 포인트 상위권에 위치한 전북의 김신욱(7골 2도움)과 울산의 김보경(4골 4도움) 등은 발탁되지 못했다.
오는 2일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서는 손흥민은 일정상 늦게 합류할 전망이다. 벤투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뜻깊고 특별한 순간이니 즐기고 집중하라”며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손흥민 혹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에는 대표팀 일정을 따르는 것이 운영 방침”이라고 단호히 소집의 정당성을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