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교회 진재혁(54) 목사가 9년간의 담임 목회를 마치고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로 떠난다. 진 목사는 26일 저녁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 분당채플에서 열린 ‘선교사 파송 감사예배’에서 3500여명의 성도들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동원 원로목사와 진 목사 후임으로 청빙된 최성은(미국 타코마제일침례교회) 목사가 안수기도를 하며 진 목사 부부를 축복했다. 2010년 12월 부임 때 이 원로목사의 조기 은퇴와 40대 이민목회자 청빙으로 한국교회에 줬던 신선한 충격만큼이나, 선교지로 떠나는 진 목사의 마지막 모습도 큰 울림을 남겼다.
진 목사는 지난해 9월 16일 주일 예배 설교시간에 케냐로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그는 “건강하고 축복받은 지구촌교회이기에 떠나기가 더 힘들고 하나님의 보내심이 다 이해되진 않지만, 아브라함처럼 온전한 믿음으로 온전하게 순종하는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선언이어서 교회 안팎의 충격은 컸다. 교회 안에서는 일부 성도들이 진 목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반면 교회 밖에서는 대형교회 목사직을 내려놓고 아프리카 선교사로 떠나는 결정을 아름답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22일 교회에서 떠날 준비로 분주한 진 목사를 만났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진 목사가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궁금해한다. 그는 “부임 후 늘 하나님이 저에게 맡기신 지구촌교회 2대 목회자 사역이 어떤 것인지 기도해 왔다”며 “제가 끝까지 가는 사역일지, 목회 트랜지션(이양)을 돕는 것일지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선교에 대한 길로 인도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선 순종할 수밖에 없고, 더구나 목회자의 삶에선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것”이라며 “저에게도 떠남이 쉽지는 않지만, 부르심을 확인한 이상 순종하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촌교회에선 여기에서 주신 사명과 비전을 향해 갈 수 있어 감사했고, 케냐에선 거기대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 뿐, 두 곳의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교회 안팎에선 내부 갈등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진 목사는 “너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힘들었고, 또 굉장한 일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불편했다”며 “힘들어서 떠나느냐는 분들도 계셨는데,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것이 목회자가 교회를 사임하고 떠날 만한 이유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진 목사는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기 한 달 전부터 이 원로목사 등 교회 리더들과 의논해 왔기 때문에 성도들이 이렇게까지 놀라고 아파할지는 몰랐다고 한다. 그는 “목사가 부르심을 받아 선교를 가겠다고 하는데도 목회자와 성도들이 그 뜻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보게 됐다”고 했다.
진 목사는 성도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한 달간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21일 제직회에서 진 목사의 뜻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또 성도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청빙위원회를 이끌었고, 지난 4월 최 목사를 3대 목사로 청빙하는 작업까지 마무리했다. 진 목사는 “이 과정에서 교회도 훨씬 성숙해졌다”며 “무엇보다 이 시간을 통해 성도들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손편지를 받았고, 교회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그의 결정을 존중하며 사랑을 표현했다. 진 목사는 “제가 이 교회를 떠날 때 성도들이 나를 보면서, 우리 목사님은 이걸 잘했다 저걸 잘했다 말하기보다 저분은 우리를 정말 많이 사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9년간 일주일에 두 번씩 심방도 하고 목양의 마음으로 목회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온 이유다. 그는 “대형교회가 갖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은 마음을 움직이고 주님을 사모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나 자신을 알기 때문에 이런 감사와 사랑도 하나님이 주신 과분한 은혜라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한눈팔지 않고 목회에 전념해왔다”며 “지금 돌아봐도 사역적으로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진 목사는 29일 호주 시드니로 떠나 현지 집회 등을 인도한 뒤 7월 중순 일시 귀국한다. 짐 정리 등을 마무리한 뒤 같은 달 22일 케냐로 아내와 둘이 떠날 계획이다. 아프리카 현지의 목회자를 양성하고 훈련하는 리더십센터 ATMN을 이끌게 된다. 그는 “사람들이 자꾸 얼마나 그곳에 있을 거냐고 묻는데, 다른 계획은 전혀 없다”며 “어려움이 많은 길이지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순종하며 기쁘게 사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