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정상까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게는 단 한 발자국만이 남았다. 다음 달 2일(한국시간) 열리는 리버풀 FC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손흥민이 득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만 4골을 터뜨린 그의 발끝이 다시 예열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최종 단계까지 이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27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역사를 만들 수 있다”며 결의를 다졌다.
올 시즌 토트넘의 영웅이었던 손흥민은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 쟁탈전의 선봉에 서 있다. 에이스이자 주포인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지는 수차례 위기마다 손흥민은 팀을 구하는 귀한 득점을 터뜨렸다. 지난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는 1, 2차전 도합 세 골을 넣으며 토트넘이 원정 다득점으로 4강에 진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현지에서 배포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홍보 포스터에는 그의 얼굴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피날레 무대에서도 해결사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날 훈련에서도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여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발목을 다쳐 두 달 가까이 결장한 케인의 출전 여부는 미정이다. 어느 정도 부상에서 회복한 케인은 지난주부터 팀 훈련을 시작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을 기용할지에 대해 “아직 (결승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출전을 100% 확신할 수 없지만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토트넘의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겠다는 케인의 의지도 강하다. 케인은 “더 이상 몸에 문제는 없다. 나는 준비돼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기 감각이 현저히 떨어져 있을 케인을 기용하는 것은 도박이 될 수 있다. 공격 지역에서 동선이 겹칠 수 있는 손흥민과의 호흡도 문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28일 “케인을 선발로 쓰는 건 무리한 선택이겠지만 팀 내 입지 등을 고려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케인이 최전방에 자리하면 손흥민은 측면에서 공수 모두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전력에서 밀리는 토트넘은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릴 것으로 예측된다. 공동 득점왕인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의 전방 압박을 이겨내면서, 버질 반 다이크를 중심으로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한 탄탄한 수비진을 뚫어내야 한다. 한 해설위원은 “토트넘이 내려앉은 채 플레이하는 시간이 길 것”이라며 “모든 선수가 전력을 다해 기회를 만들고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대결을 앞둔 포체티노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결승전은 전술보다는 감정·정신력의 싸움이 될 것이다”라며 경기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드필더 무사 시소코는 “리버풀을 포함해 그 어느 팀도 두렵지 않다.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