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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과학의 부조화 어떻게 이겨낼까

사진=게티이미지








성경에 쓰인 대로 세상이 6일 만에 창조됐다고 믿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는 걸까. 진화론을 받아들이면서 기독교인으로 살면 안 되는 걸까. 근대 이후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기독교인에게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커다란 물음 하나가 주어졌다. 이 질문을 붙잡고 씨름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길만이 정답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과학, 과학주의 그리고 기독교(생명의말씀사)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과학주의’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책이다. 그리스도인 화학자인 저자 JP 모어랜드는 기독교 철학자이자 변증가로, 지난 50여년간 자연과학과 신학, 철학에 대해 연구해왔다. 현재 이디오스크리스천센터의 책임자이자 윌버포스포럼의 연구원인 그는 기독교와 과학의 관련성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는 “과학과 신학은 95% 정도는 인지적으로 서로 관련이 없다”며 “과학의 나머지 5%는 기독교 교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만, 이 중 3%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지지하는 추가적인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나머지 2%가 성경의 해석이나 무오성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그것이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위협하진 않다고 분석한다.

그는 과학이 아니라 자연과학만이 유일하게 실재에 대한 지식을 제공한다는 ‘과학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과학이 사실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과학주의 역시 과학이 아니며, 이는 하나의 철학이라는 것이다. 과학주의를 앞세운 이들은 기독교가 생명과 실재 등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것처럼 밀어내고,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또 유신론으론 설명할 수 있지만, 과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우주의 기원과 미세 조정, 자연의 근본적인 법칙들의 기원, 도덕적 합리적 심미적 객관 법칙 등을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어랜드 교수는 창조와 관련, ‘젊은 지구론’에서 ‘오래된 지구론’으로 견해를 바꿨으나 유신론적 진화론은 수용할 수 없다며 선을 긋는다.

과학과 하나님의 존재(새물결플러스)는 바로 그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해 충실히 설명해주는 책이다. 물리학자인 저자 칼 W 가이버슨은 바이오로고스재단을 이끌며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집중해왔다. 바이오로고스재단을 설립한 프랜시스 S 콜린스가 가이버슨 교수와 공저한 책이다. 이들은 유신론을 믿는다. 더불어 세계를 이해하는 데 믿을 만한 방법으로 과학 역시 수용한다. 진화론이라는 생물학 이론도 받아들인다. 이들은 “유신론적 진화론은 하나님이 생명을 창조하실 때 자연질서 안에서 자연법칙들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과정을 사용하셨다는 믿음”이라고 설명한다. 진화를 꼭 믿어야 할까, 지구가 수십억년 됐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과학의 진리와 성경의 진리는 조화될 수 있을까 등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에게 던져지는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을 내놓으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다.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를 믿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들의 생각을 내놓는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유신론적 진화론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IVP)는 실제로 우리 시대의 기독 지성인들이 신앙과 과학의 통합을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바이오로고스재단이 미국 IVP와 함께 펴낸 것이다. 최근 방한한 제임스 KA 스미스 미 칼빈대 교수를 시작으로 25편의 신앙 여정을 담은 에세이가 수록돼 있다. 스미스 교수는 18살에 그리스도인이 된 뒤 성경을 공부하면서 과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게 됐다고 고백한다. 창조과학을 접한 뒤 의심을 갖게 된 그는 벤저민 워필드, 아치볼드 핫지 등 개혁주의 사상가들에게서 실마리를 찾았다. 이들이 진화 과학을 긍정했음을 확인했고 진화론에 마음을 여는 것이 결코 정통 기독교 신앙 고백과 충돌하지 않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스미스 교수는 과학을 무기 삼아 싸워서 승리하려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의 태도를 비판한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이 함께 선다’(골 1:17)는 말씀을 강조하며 투사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증인이 될 것을 제안한다. 이 밖에도 탁월한 구약학자 트럼프 롱맨 3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멘로파크 장로교회 존 오트버그 목사 등 국내에도 알려진 신학자와 목회자들의 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과학과 신앙의 강경한 대립을 넘어서, 기독교 복음을 붙들고 과학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배들의 격려사처럼 느껴진다.

과학과 신앙의 조화를 두고 고민해온 이들이라면 세 권 모두 읽어보며 서구에서 앞서 진행된 논의 과정을 살펴봐도 좋겠다. 지구 나이, 우주의 기원을 둘러싼 여러 논의에 대해 과학 아니면 신앙, 무조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단편적 사고만 던져버려도 다음세대들에게 복음에 대한 자신감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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