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은평구 신도 근린공원에는 이른 시간부터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공원에선 주민 축제가 한창이었다. 가족 단위 방문자들이 대부분이었다. 6000여명이 참석한 ‘제6회 은평뉴타운 가족사랑대축제’였다. 이날 행사는 ‘은평 섬김’이 주최했다. 이 모임의 회장은 이현식 서울 은평구 진관감리교회 목사다.
교회 당회장실에서 만난 이 목사는 “은평뉴타운이 생긴 이래 이렇게 큰 마을 잔치가 없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엔 2008년부터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됐다. 첫 축제는 2014년 열렸다. 행사를 마련한 이유를 묻자 ‘브리지 목회’ 얘기를 꺼냈다.
“1988년이었습니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의 상천교회에서 전도사로 목회를 막 시작했을 때였죠. 당시 강 건너에 면사무소가 있었는데 다리가 없었어요. 보이는 곳에 가기 위해 옆 마을 청풍면까지 돌아가 다리를 이용했습니다. 폭 50m 남짓한 강만 건너면 되는데 어림잡아 25㎞를 돌아다닌 겁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잘린 곳을 잇는 다리가 되기로요.”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죄에 빠진 우리를 하나님과 잇는 다리였다고 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는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다리는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감당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내기보다 남들을 이어주고 옮겨주죠. 교회 안에서는 목사가 다리가 되고, 지역사회에서는 교회가 다리가 되며, 교인들과 교인들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섯 가지 다리 이론에 따라 목회하고 있다”고 했다. 첫 번째 다리는 하나님과 불신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이는 전도를 말한다. 교회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연회가 수상하는 ‘성장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기간 장년만 700여명이 늘었다.
두 번째는 선교로 하나님과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다. 교회는 세계 각지에 34개의 교회를 지었다. 애초 목표는 30개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지만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하면서 34개 교회까지 늘어났다. 교회는 봉헌예배만 드린 뒤 현지인에게 교회 운영을 이양한다. 현지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간섭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세 번째는 하나님과 지역사회를 잇는 다리로 봉사 사역을 뜻한다. 가족사랑대축제가 지역사회를 향한 봉사의 사례다. 교회가 여는 행사지만 첫 축제 때부터 ‘은평 섬김’이란 모임이 전면에 나섰다. 은평 섬김은 이 교회 젊은 성도들이 만든 봉사 동아리다. 지역사회를 제대로 섬기기 위해 교회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행사만 여는 건 아니다. 매년 은평구청에 이웃돕기 성금도 전달하고 있다.
새신자와 기존 신자를 이어주는 다리가 네 번째다. 이 목사는 이를 ‘정착 사역’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교회 새신자 정착비율은 15%를 넘지 못합니다. 100명이 등록하더라도 85명이 떠난다는 말이죠. 그래서 우리 교회는 새신자와 기존 신자를 서로 맺어 줍니다. 일종의 친구를 만들어 주는 거죠. 정착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기존 교인들 사이에도 다리가 필요하다.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교인들 사이의 갈등을 줄이고 평화로운 교회를 추구한다. 마지막은 브리지 사역이 지향하는 꿈을 담았다. 하나님과 북한 사이에 다리를 놓겠다는 바람이다.
“교회는 통일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평양동지방 감리사도 맡고 있습니다. 상징적이지만 통일이 되면 현실이 될 테죠. 하나 된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사역입니다.”
이 목사는 브리지 목회를 통해 많은 결실을 거뒀다고 했다. “성경을 보세요. 모든 지도자가 브리지 목회, 다시 말해 다리로서 사역했습니다. 모세도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이어줬습니다. 심지어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자신의 소명을 다한 뒤 후계자인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을 이었습니다. 사도바울은 어떻습니까. 복음과 사람을 잇는 다리였습니다. 목회에서 다리는 일종의 ‘영적 중매’라고 봅니다.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교회가 이 사역에 관심을 가지고 성장의 활로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브리지 목회의 전도사를 자처한 이 목사는 교회 이름의 뜻풀이를 했다. 교회는 나루터 ‘진(津)’에 너그러울 ‘관(寬)’ 자를 사용한다. “너그러울 관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으로 봅니다. 예수 사랑을 전하는 나루터인 셈이죠. 복음을 실어나르는 나루터가 불신자와 복음을 잇는 다리로 성숙해 간다고 믿습니다.”
이 목사는 브리지 목회로 지난달 29일 제8회 국민미션어워드에서 ‘올해의 목회자’로 선정됐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