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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문화 콘텐츠가 잘 나가는 이유는 ‘번역의 힘’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진이 BTS가 최근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에서 영어 가사를 노래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이 가족들과 외식하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문화 콘텐츠가 근래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주말 한국 가수 최초로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이 거쳐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 섰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최근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번역의 힘’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BTS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노래에 영어 가사가 적지 않고 가사 자체가 영어로 잘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중음악평론가 미묘는 3일 “BTS의 노래는 메시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팬들이 가사를 번역하고 BTS의 활동을 SNS로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며 “K팝 인프라와 인터넷 번역 서비스의 발달도 BTS의 세계적인 인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생성된 K팝 팬덤은 한국어 가사를 영어 등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에 익숙하다. 또 동영상 중심의 유튜브는 자동 번역 기능을 갖춰 팬들이 한국어를 몰라도 BTS의 메시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SNS를 통해 번역한 내용을 퍼나를 수 있게 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BTS 월드’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화 ‘기생충’ 번역의 탁월함도 수상 직후부터 계속 회자되고 있다. 이 영화의 영어 자막은 20년 가까이 번역가와 영화제 프로그램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한 미국 출신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이 맡았다. 그는 극 중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는 ‘옥스퍼드대’로 바꿔 번역했다.

파켓은 “영화 대사를 번역할 때 배우의 음색과 리듬을 자막과 연결하기 위해 애썼고 ‘농담에서 핵심이 되는 구절(punch line)’을 자막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의 섬세한 번역이 영화를 더 빛나게 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문학도 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1년 설립된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은 그동안 37개 언어권에서 1625건의 한국 문학이 해외로 번역되도록 지원했다(표 참조). 번역원의 지원을 받은 편혜영의 ‘홀’을 비롯해 김언수의 ‘설계자들’, 정유정의 ‘종의 기원’ 등도 해외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윤부한 번역원 해외사업본부장은 “8000여만명 인구가 사용하는 한국어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소수어인데, 우리의 문화 콘텐츠를 세계인과 나누기 위해서는 우수한 번역을 통해 현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서윤경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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