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해 시즌 도중 에이스 콜 해멀스를 트레이드하며 사실상 리빌딩을 선언했다. 결국 성적은 67승 95패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뚜렷한 전력보강을 하지 않아 하위권이 예상됐다. 그런데 올 시즌 예상을 뒤엎고 텍사스가 강팀들을 제치고 3년 만의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있다.
텍사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캔사스시티 로열스전에서 5대 1로 이기며 3연승을 달렸다. 이로써 텍사스는 0.526의 승률(30승 27패)로 탬파베이 레이스(35승 22패)에 이어 AL 와일드카드 부문 2위를 유지했다.
텍사스의 돌풍 요인은 팀 득점(323점) 리그 전체 3위에 빛나는 막강 타격이다. 선두에는 추신수(타율 0.300 10홈런)가 있다. 1회 타율이 0.512(41타수 21안타)에 달해 시작부터 투수들의 진을 빼놓고 있다. 추신수는 올 시즌 초 10타수 1안타를 기록해 타율 0.217에 그친 지난해 후반기의 부진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절치부심해 4월 한 달간 타율 0.344 3홈런으로 반등하더니 지난달은 홈런을 7개나 날렸다. 추신수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924로 AL 9위다.
지난 2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입단한 헌터 펜스(36)의 약진은 예상을 벗어난 것이어서 팬들을 놀랍게 하고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타율 0.226에 그쳐 새 소속팀을 찾기조차 어려워했던 펜스는 올 시즌 0.303의 타율에 11홈런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통산 단일시즌 최고 타율이 0.209에 불과했던 ‘공갈포’ 조이 갈로(26)가 장타력(17홈런)은 유지하면서도 0.276의 준수한 타율로 한 단계 성장했다. 비록 지난 2일 송구 중 부상을 당해 당분간 출전하기 어렵지만 부상 전까지 갈로의 OPS(1.074)는 AL 2위였다. 타선의 신구조화가 좋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텍사스의 고민거리는 타선에 비해 훨씬 빈약하다는 말을 듣는 투수진이다. 하지만 선발진과 계투진의 핵심이 점차 중심을 잡으며 타선과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 좌완 선발 마이크 마이너(32)는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5승(4패) 평균자책점 2.74로 해멀스가 떠난 에이스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시즌 도중 새 마무리로 발탁된 숀 켈리(35)는 최근 7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6세이브를 올렸다. 시즌 초 극도의 부진(1승 1패 4.88)으로 마무리 보직을 박탈당한 호세 르클럭(25)도 지난달에는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하며 텍사스 불펜진을 두텁게 하고 있다.
한편 두 한국인 빅리거 타자들이 가을야구에서 만나게 될 지도 관심을 모은다. 최지만(28)의 탬파베이는 현재 텍사스를 5경기차 앞서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최지만도 쏠쏠한 활약(0.260 5홈런)을 펼치고 있는 만큼 두 팀이 와일드카드 단판 결정전을 치를 경우 양 선수의 맞대결이 유력하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