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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







몇 년 새 기독교 출판계에선 세계적인 신학자 로완 윌리엄스(사진)에 관한 관심이 도드라져 보인다. 캔터베리 대주교로 세계 성공회를 이끌다 물러난 그는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 모들린 칼리지 학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낯선 성공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보니 신학교나 학회 등에서 연구되기보다 번역 출간된 책을 통해 그의 신학과 사상이 소개되는 양상이다.

최근 출판사 ‘복있는사람’은 ‘인간이 된다는 것’을 출간함으로써 로완 윌리엄스의 ‘신앙의 기초 3부작’을 완간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세례 성경 성찬례 기도라는 4가지 주제를 다뤘고, ‘제자가 된다는 것’에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6일 “윌리엄스의 글은 짧지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며 “평소 우리가 쓰는 언어를 사용하되, 그 속에서 낯선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윌리엄스의 매력을 독자들이 누려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책에선 의식, 인격, 몸·마음·생각 등을 통해 이 시대 문화 속에서 참된 인간성과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들려준다. 신학은 물론 현대철학, 뇌과학, 사회학, 물리학 등을 아우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다 보니 전작보다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주낙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주임사제는 “윌리엄스는 현대 학문과 종교가 당면한 문제들을 꿰뚫어 예수의 삶 안에서 자기를 초월하는 인간, 관계와 공동체의 인간을 찾아 회복하는 길을 안내한다”며 “여러 학문과 역사, 전례와 영성을 아우르는 그의 도전은 읽기 쉽지 않지만 값진 순례가 된다”고 추천사를 적었다.

그동안 복있는사람과 더불어 윌리엄스의 책을 소개해 온 비아 출판사에서는 ‘사막의 지혜’를 출간했다. ‘로완 윌리엄스의 사막 교부 읽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책에서 윌리엄스는 3세기 중반 이집트 사막에서 시작된 수도원 운동과 사막 수도사들의 삶 속에서 발견한 깨달음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당시 부패하고 세속화된 교회를 떠나 사막으로 도피했던 수도사와 수녀들의 고민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교회가 진실로 어떠한 곳이 돼야 하는지, 그러려면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인간이 돼야 하는지 고민했다. 윌리엄스가 길어낸 메시지가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도 놀라울 정도로 잘 들어맞는 경험을 통해 기독교 전통의 소중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한 민경찬 비아 편집장은 앞서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 ‘신뢰하는 삶’ 등을 번역하며 윌리엄스를 국내에 알려왔다. 민 편집장은 “출판사의 모토인 ‘그리스도교 신앙의 성숙’에 맞춰 공교회적 감각과 전통에 대한 존중, 과거와 현재 및 세상에 열린 태도를 갖춘 저자를 찾다 보니 로완 윌리엄스였다”며 “다양한 장르와 분야에 대해 쓰고, 현실 정치와 교회 현장에 서 있는 흔치 않은 신학자라는 점에서 아카데미와 현장이 구분되는 한국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윌리엄스는 오랜 기독교 전통부터 21세기 트랜스 휴먼 논의까지 아우르며 풍성한 기독교 신학과 사상을 보여준다. 윌리엄스는 지금 이 시대에 기독교 신앙을 품고 사는 것이 결코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우리를 격려한다.

지난 3월 번역 출간된 ‘그리스도교’에서 윌리엄스는 이렇게 썼다. “오늘날 사람들은 종교적 신앙이 우리를 더 협소한 세계로 이끌고, 인간을 협소하게 만든다고 여기곤 합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신앙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늘, 우리의 생각을 따라 매끈하게 채색된 하늘을 열어젖혀 이제껏 본 적이 없는 하늘, 기이하고 낯선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향하게 합니다.” 21세기 세속화 사회에서 기독교 신앙과 씨름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특히 더 그의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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