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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본질은 사랑의 교통… 서로 다름 속에서 공동체 이뤄야”

김남준 안양 열린교회 목사가 지난 3일 교회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회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안양=송지수 인턴기자


안양=송지수 인턴기자


교회는 죄악의 세상에서 불러 모아진 성별된 자들의 모임이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 아니라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성도의 모임 그 자체를 가리킨다. 신약성경은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성도는 그분의 몸이며 지체라고 규정한다.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함께 지어져 간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을까. 교회의 의미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최근 ‘교회와 하나님의 사랑’(익투스)을 펴낸 김남준(열린교회) 목사는 17세기 이전까지 모든 교회들이 공유했던 교회론을 되살려내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서로 사랑한 것처럼 사랑하는 공동체가 그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이뤄지는 사랑의 교통의 모상(模像)입니다. 삼위 하나님 세 위격의 사랑의 교통을 본뜬 공동체에서 교회가 출발합니다. 교회의 본질이 사랑의 교통이라는 겁니다.”

교회의 본질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교통하심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은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교회는 성부 하나님의 사랑과 성자의 은혜, 성령의 교통 안에서 세워졌다”며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각 위격 속에서 서로 사랑하며 하나가 되신 것처럼 교회를 이루고 있는 신자들 역시 서로 다름 속에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신자나 교회가 명백하게 하나님께 반역한 행위가 있지 않는 한 하나님의 교회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불완전한 신자들이 모인 공동체이기에 진리와 성령 안에서 계속 교회를 이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교회론에 관한 설명은 헬라어 ‘에클레시아’나 ‘코이노니아’ 등의 용어로 설명돼 왔다. 김 목사는 이 용어들 대신 라틴어 ‘토투스 크리스투스’ 라는 말로 교회론의 본질을 설명했다. “이 말은 ‘눈에 보이는 교회의 모든 지체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긴다’는 말입니다. 지상의 교회는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혼합일 수밖에 없지만 신자는 교회 안에 들어온 모두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토투스 크리스투스는 초기 기독교 교부들이었던 이레나이우스 테르툴리아누스 아타나시우스 그레고리우스(니사) 아우구스티누스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돼온 교리다. 종교개혁가들 역시 이 같은 교회론을 견지하면서 공유했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무좀 얘기를 꺼냈다. “제가 무좀을 50년간 달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무좀이 불편해 발가락을 자르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역시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입니다. 그 사람과 나는 영적으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

목회 사역은 이렇게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를 이루는 신자들을 말씀과 사랑으로 세우는 일이다. 김 목사는 신자들을 섬기고 가르쳐야 할 목회자들의 곤고함을 토로했다.

“목회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목사인 나 자신에 대한 목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목회자들은 교회의 어려움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 해요. 하지만 목사 역시 말씀에 비춰보면 부족한 사람입니다. 목사 역시 신자들이 겪는 고난을 경험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변화되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주님 은혜 때문에 사랑하게 됩니다. 목회는 이런 과정의 반복이 아닐까요.”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성경적 교회론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 문제의 한쪽엔 대형교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목사는 “문제는 성도들이 진리의 말씀과 성령의 은혜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지 규모와는 관계가 없다”며 “본질적으로 교회 공동체에 주님의 진리와 사랑이 얼마나 부어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다만 “교회가 대형화를 추구하는 것은 썩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할 수만 있으면 적정한 크기가 되면 좋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목회자들마다 재능이 다르고 성도들도 교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교회 대형화는 막을 방법이 없다. 교회가 커져도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를 충분히 구현하도록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올바른 교회론을 성도들에게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계층 간 갈등이나 다문화 이슈, 좌우 이데올로기, 경제적 불균형 등의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 속에서 교회론과 삼위일체론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시인이자 문학비평가였던 TS 엘리엇의 말을 인용했다. “경험했으나 의미를 잃어버렸다. 의미를 파고들었더니 경험이 되살아났다.”

김 목사는 “여기서 경험이 사랑이라면 의미는 지식에 속합니다. 제대로 가르쳐야 우리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경험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며 “예수를 깊이 믿는 가운데 신자들이 변화된다면 한국교회는 소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학적으로 본다면 교회의 운명은 인간에게 달려있지 않다”며 “교회는 인간의 도덕과 윤리적 행동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의 주권으로 붙들고 있기에 무너지지 않는다. 신자의 약한 모습이 노출돼도 주님은 그의 교회를 끝까지 붙드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양=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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