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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좋아했던 개구쟁이… 또래보다 공 멀리 차고 힘 좋아”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 골키퍼 이광연이 9일(한국시간) 열린 U-20 월드컵 세네갈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 앞서 장갑을 매만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광연이 8강전 후반에 상대 페널티킥을 막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는 장면. AP뉴시스


이광연과 아버지 이용길씨가 자택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이용길씨 제공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수문장 이광연(20)은 어렸을 때부터 개구쟁이였다.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장난만 하다 장독대를 깨뜨리거나, 강아지를 약 올리다 물리는 일은 예사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즐긴 것은 공놀이였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의 소년은 틈만 나면 친구들을 모아 해맑게 웃으며 공을 찼다.

축구를 좋아하던 꾸러기는 강심장을 가진 국가대표 골키퍼가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 세네갈과의 승부차기 순간에도 이광연은 긴장돼 보이지 않았다. 실축한 동료를 기죽지 말라고 안아준 그는 상대의 슈팅 방향을 정확히 읽고 막아낸 뒤 환하게 웃었다. 이광연의 아버지 이용길(47)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광연이가 원체 긍정적이라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지금의 밝은 모습은 어릴 적 그대로다”라고 했다.

이광연은 36년 만에 U-20 월드컵 4강에 오른 한국의 골대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조별리그부터 5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출전하며 인상적인 선방을 선보였다. 키는 184㎝로 골키퍼치곤 그리 크지 않지만 강한 킥 능력과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부족한 부분을 커버한다. 발밑 기술이 좋아 현대 축구의 트렌드인 후방 빌드업(공격 전개)이 가능한 골키퍼라는 평가도 받는다.

예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동네 운동장에서 발야구를 하던 이광연을 예산중앙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이 눈여겨봤다. 이씨는 “또래보다 공을 멀리 잘 차고 힘이 있게 생겼다며 제안을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본격적으로 골키퍼 장갑을 낀 것은 그다음 해부터다. 타고난 순발력으로 곧잘 슈팅을 막은 이광연은 충남체전에 나가 골키퍼상을 탔다. 이씨는 재능을 보이는 아들에게 수도권으로의 축구 유학을 권유했다. 이씨는 “전문적인 골키퍼 코치가 있는 곳에서 제대로 배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광연이도 워낙 축구를 좋아해 수락했다”고 말했다.

충청권에서 화물차 기사로 일하는 이씨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결정이었지만 아들의 성장이 우선이었다. 이씨는 “어느 부모든 자식을 위하는 일은 힘들지 않다”고 했다. 다행히 골키퍼라는 희소한 포지션이었던 덕에 학교에서 넉넉히 지원을 해줬다. 주말이면 아버지를 도와 화물차를 타고 함께 일하러 돌아다니던 이광연은 홀로 고향을 떠났다. 이후 안양초등학교, 과천문원중학교, 통진고등학교를 거쳐 인천대에 진학했다.

이광연은 인천대 1학년이던 지난해 그의 소질을 일찌감치 알아본 강원 FC와 계약을 체결했다. 강원은 유망한 골키퍼를 뽑기 위해 김병수 감독(당시 전력강화부장) 등이 한 달 넘게 탐색한 끝에 이광연을 발굴했다. 강원 관계자는 “당시 최종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됐었는데, 경쟁자보다 키는 작아도 기술력이 좋은 이광연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정식으로 강원에 입단하며 프로가 된 이광연은 연봉 통장을 아버지께 드렸다. “앞으로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며 한 달에 50만원 가량 용돈만 타서 쓴다. 이씨는 “항상 부족해하길래 나중에 승리 수당 받으면 10% 정도는 주려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회 전 이광연은 무조건 우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소 무리해 보였던 목표는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아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이씨는 “광연이가 컨디션이 좋다고 하더라. 다른 선수들도 잇단 승리로 부쩍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광연의 거미손은 대표팀 사상 첫 결승 티켓을 낚아챌 준비를 하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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