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호’가 가본 적 없는 길만을 남겨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길목에는 마지막 모의고사 상대였던 에콰도르가 기다리고 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막 전 승리로 자신감을 고취시킨 상대를 결승전 문턱에서 만난 것이다. 목표로 했던 ‘어게인(Again) 1983’을 넘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으로 남을지 여부가 에콰도르와의 또 한 번의 승부에 달려 있다.
U-20 남자 축구대표팀이 12일(한국시간) 오전 3시30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마주치는 에콰도르는 지난달 18일 한 차례 조우한 적이 있는 팀이다. 비공개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자주 사용했던 3-5-2 포메이션으로 에콰도르와 일전을 벌였다. 대표팀은 당시 평가전에서 정정용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뒷심 축구를 먼저 선보이며 1대 0으로 승리했다. 결승골은 대표팀에서 맹활약 중인 이강인(발렌시아)이 후반 32분 터뜨렸다. 같은 달 12일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이후 U-20 월드컵 참가팀을 상대로 한 2연승이었다.
대표팀이 마지막 실전 연습에서 승리한 팀이긴 하지만 에콰도르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했다. 조별리그에서 일본, 멕시코, 이탈리아와 함께 B조에 속해 1승 1무 1패로 겨우 16강에 진출했지만 토너먼트 들어 살아나고 있다. 16강에선 강호 우루과이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3골을 몰아쳐 3대 1로 역전승했다. 특히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 출전권이 걸린 지난 1~2월 U-20 남미챔피언십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2승을 기록했던 팀이다. 8강에선 북중미 챔피언 미국을 2대 1로 제압했다.
무엇보다 에콰도르는 U-20 남미챔피언십 당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 브라질 등 쟁쟁한 팀을 따돌리고 첫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팀이다. 당시 막강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도 그대로 포진해있다. 6골로 득점왕에 오른 레오나르도 캄파냐를 비롯해 3골씩을 기록한 호르단 레사발라, 알레한데르 알바라도가 에콰도르의 공격을 이끈다. 캄파냐는 이번 대회 들어 아직 득점은 없지만 187㎝의 큰 키를 바탕으로 최전방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줘 주의해야 할 선수로 꼽힌다. 만 19세임에도 A대표팀에서 2경기를 소화할 정도로 공격력을 인정받고 있다.
수비 조직력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5경기를 치르면서 4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한 경기에서 2골 이상 내준 적이 없다. 다만 멕시코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실점을 한 만큼 대표팀이 충분히 득점할 수 있는 상대다. 앞선 경기에서 상대의 전술과 주의해야 할 선수가 모두 노출된 만큼 골 결정력과 집중력이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도 높다. 호르헤 셀리코 에콰도르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우리는 다소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회를 시작했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자신감도 커졌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