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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 빛까지 사진처럼 그린다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스타들의 얼굴을 극사실화 기법으로 그려내는 인기 크리에이터 드로잉 핸즈. 그는 “작품은 항상 자식처럼 느껴진다. 그런 그림들을 좋아해 주는 구독자들이 있어 매번 뭉클하고 힘이 난다”고 했다. 손에 든 그림은 본인이 직접 그린 BTS 정국(왼쪽)과 아이유. 이병주 기자


유튜브는 때로 수려한 그림들이 한가득 걸려있는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극사실화 크리에이터 ‘드로잉 핸즈’(본명 전숙영·36)의 채널이 그렇다.

지금까지 드로잉 핸즈표 갤러리에 걸린 영상은 약 150여개. 주 콘텐츠는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K팝 가수나 유명 만화 캐릭터 그림들이다. 4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이 걸리는 작업 전 과정을 3~4분 정도 길이로 압축해 담아낸다.

그림들이 구독자 30만명에 걸맞은 대단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눈동자 속 반사되는 작은 빛이나 흩날리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세세하게 표현해 내 “사진 같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트와이스 쯔위를 그린 영상 조회 수는 297만회에 달하고 채널 누적뷰도 2100만회를 훌쩍 넘겼다. 최근 서울 강남구 CJ ENM 다이아TV 스튜디오에서 만난 드로잉 핸즈는 인기의 비결을 그림에 듬뿍 담긴 ‘애정’에서 찾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K팝 가수들의 열렬한 팬이 됐어요. 극사실화를 그리려면 무대 위 영상이나 사진들을 꼼꼼히 관찰해야 하죠. BTS를 제일 좋아해요. 애정이 클수록 스케치나 채색도 더 잘 되더라고요(웃음).”

준비물은 색연필이 전부다. 딱 76자루만으로 색을 덧대가며 사진 같은 그림을 그려낸다. 오른손 중지엔 뭉툭한 굳은살이 올라와 있다. 스케치북의 거친 질감을 죽이기 위해 꾹꾹 눌러 그려야 했던 탓이다.

그에게 유튜브는 ‘해방구’였다. 서양화를 전공해 유명 입시 미술학원 강사로 오래 일했던 그는 2012년 출산을 하며 일을 그만뒀다. 어렸을 적부터 눈으로 본 것은 꼭 그려야 했을 만큼 그림을 좋아했던 터라 육아로 잠시 붓을 놓았던 그 시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아이가 잠들었을 때 잠깐씩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안쓰럽게 지켜보던 남편 아이디어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제 그림을 고마워해주는 구독자들을 보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았죠.”

드로잉을 배우고 싶은 50~60대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그림을 보러 온 1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채널을 찾는다. 최근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제안으로 BTS의 동생 그룹인 TXT 멤버 5명을 그린 작품이 소속사 공식 유튜브에 올라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드로잉 핸즈는 “미술을 대중적으로 풀어내 공유하는 과정이 즐겁고 뿌듯하다”고 했다.

“극사실화는 어렵지 않아서 누구든 평가하고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죠. 무엇보다 가수 팬분들에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같은 선물을 드릴 수 있다는 게 제일 기쁩니다. 손을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그리며 소통하고 싶어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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