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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고 동창 3인방 “감사합니다 쌤, 믿을 수 없는 밤이에요”

오세훈과 최준, 김현우(왼쪽부터)는 12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뤄낸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울산 현대고 출신 3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이번 U-20 월드컵 조별예선과 본선 토너먼트에서 각각 1골 이상씩을 기록했다. AP뉴시스, 대한축구협회 제공


박기욱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현우와 오세훈, 최준 3인방이 U-20 월드컵 결승 진출을 확정한 12일 아침 옛 스승인 박기욱 울산 현대고 감독에게 보낸 단톡방 메시지 캡처 사진. 박기욱 감독 제공


한국 U-20 축구대표팀의 김현우와 오세훈, 최준(왼쪽부터)이 울산 현대고 시절이던 2017년 아디다스 K리그 주니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서고 있다. 울산 현대 제공


박기욱(41) 울산 현대고 감독은 12일 새벽 TV 앞에서 잠을 포기한 채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4강전을 지켜봤다. U-20 대표팀 내 현대고 출신 3인방인 오세훈(아산)과 최준(연세대), 김현우(이상 20·디나모 자그레브)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누구보다도 엄하게 가르쳤고, 때로는 친구처럼 허물없이 지내온 제자들이 U-20 월드컵 사상 한국의 첫 결승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박 감독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회 직전 아이들에게 ‘대표팀 경험은 좋은 것들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했다. 혹시 지더라도 많이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는데,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셋 다 자신감과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정말 대견하다”고 이들의 경기를 본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투에 제자들을 향한 애정과 진심 어린 조언이 담겨 있었다.

4강전 직후 세 제자로부터 단톡방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세훈은 “감사합니다. 쌤(선생님)”이라고 썼고, 최준은 “현대고 다 골입니다”라고 자랑했다. 김현우는 “믿을 수 없는 밤”이라며 흥분했다. 이기겠다는 약속을 지킨 뒤 가장 먼저 떠올랐을 옛 스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결승 진출의 기쁨을 나눈 것이다.

박 감독은 “세 선수에게 좋은 추억이 되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결과를 떠나 대회 이후엔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는 선수들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3인방의 활약은 대단하다. 김현우는 조별예선 남아공전, 오세훈은 조별예선 아르헨티나전과 8강 일본전에서 골을 넣었다. 최준은 이날 4강전에서 결승골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최준은 방송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감독님이 새벽마다 훈련을 시켜서 골을 많이 넣었다. 오늘 득점도 박 감독님의 훈련 덕분에 나왔다”며 싱긋 웃었다.

박 감독은 “오세훈은 파워와 헤더, 김현우는 수비 빌드업, 최준은 만능 포지션에도 어울리는 왕성한 활동량이 좋았다”며 “셋 다 부단히 노력한 선수였다”고 회고했다. 수비수였던 오세훈은 고교 1학년 때 공격수로 전향했다. 공격 본능과 큰 키(193㎝)의 이점을 활용한 플레이를 살리고자 피나는 연습을 했다. 최준과 김현우는 중학교 시절 다소 기량이 떨어졌지만, 고교 3년 동안 치열한 주전 경쟁을 치르며 해마다 성장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제자들과 함께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15년에 열린 고교축구 왕중왕전 결승을 꼽았다. 현대고는 광양제철고와의 결승전에서 전반까지 0-3으로 지다 4대 3으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 1학년이던 오세훈이 골을 넣었다.

그가 세 선수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닌 선수로서의 기본이었다. 박 감독은 “선수에게 축구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성’과 ‘멘털’을 갖춰야 프로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누누이 당부했었다”고 전했다.

현대고 3인방은 오는 16일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준비한다. 옛 스승이 제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기적인 부분에서 너무 잘 해왔다. 결과를 떠나 더 노력하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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